의총서 오영환만 “리스크 관리 안돼” 다른 의원들은 ‘공천 눈치’ 침묵 민주硏 부원장 “최강욱 징계 유감” 발언때 동석 민형배 “문제 안돼”
손팻말 든 野의총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앞줄 가운데)와 민주당 의원들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 3조 개정안)과 ‘방송 3법’ 즉각 공포를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결의문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 입법권을 존중하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여성 비하 논란 발언의) 당사자와 주위 인물들이 반성도 사과도 안 하고 있다. 당이 리스크 관리를 전혀 못 하고 있다.”
23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대해 공개 비판이 나왔다. 비명(비이재명)계 초선인 오영환 의원은 “우리 당이 추구한 인권, 평등의 가치를 완전히 무너뜨렸다”며 “당 대표의 경고에도 당 중심이 안 잡히고 있다. 지도부 리더십을 바로 세워 달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쓴소리는 여기까지였다. 오 의원 이후 관련 비판이 이어지지 않았던 것. 당 관계자는 “당에 불만이 있는 의원들이 적진 않지만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친명(친이재명) 지도부 면전에서 대놓고 비판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는 도리어 최 전 의원을 옹호하는 발언이 이어졌다. 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남영희 부원장은 전날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당이 최 전 의원에 대해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내린 것에 대해 “굉장히 유감”이라고 했다. 그는 “잘못된 것을 지적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빗대어 ‘동물농장’에 나온 상황으로 설명한 것이 무엇이 그렇게 잘못됐나”라며 “민주당은 보수 언론 프레임에 갇혀 매번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만드나”라고 했다. 친명계 강위원 더민주혁신회의 공동대표도 같은 방송에서 “현장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혀 문제의식을 못 느꼈다”고 했다.
‘막말 논란’이 이어지는 데에 대해 이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가장 크게 문제되는 것은 언제나 오만, 교만”이라며 “국민 신뢰가 되살아날 수 있도록 몸과 마음가짐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원론적 당부만 되풀이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침묵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 당 여성 의원들이 정말 훌륭하다”라며 “본인들이 먼저 SNS에 (암컷 발언 관련) 입장을 밝히는 게 당에 도움이 안 되니 ‘지도부가 먼저 처리해달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다’고 전해왔다”고 자찬하기도 했다. 이날 의총에 앞서 열린 당 지도부 회의에서 최 전 의원 외에 민 의원과 김용민 의원 등에 대한 별도 징계 및 경고 논의는 없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재명이네마을’ 등에 최 전 의원의 발언이 무엇이 잘못이냐며 항의하고 두둔하는 국민 정서와 완전히 다른 게시물이 오르고 있다”며 이 대표에게 ‘강성 팬덤과의 결별’을 촉구했다. 국민의힘 손인춘 중앙여성위원회 위원장은 “‘설치는 암컷’ 발언을 옹호하는 민주당 여성 정치인들과 ‘개딸’들은 공범자”라고 했다.
민주당 출신인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날 “일부에서 혐오와 배제, 막말과 극단의 언어가 넘쳐나고 있으며 팬덤에 기대 스스로 저차원적 정치의 수렁에 빠져들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