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9·19 전면 파기] 국방부 “北, 적반하장 행태 보여”
“대한민국 것들의 고의적이고 도발적인 책동으로 9·19 북남(남북) 군사합의서는 빈껍데기가 된 지 오래다.”
북한 국방성은 23일 이 같은 성명을 내고 한국을 “대한민국 것들”이라고 표현하며 맹비난했다. 전날 우리 정부가 9·19 남북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조항을 효력 정지한 것에 반발하며 비난을 퍼부은 것.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과 달리 9·19합의를 먼저 어기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북한은 2019년 11월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10여 km 떨어진 창린도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해안포 사격을 실시하며 9·19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합의에 명시된 포사격이 금지된 서해 해상 완충 구역에서 사격을 실시하며 관련 조항을 무력화했다는 것.
지난해 11월에는 9·19합의를 사실상 파기하는 수준의 고강도 도발에 나서기도 했다. 북한이 평안남도 숙천에서 동해상으로 미사일 1발을 발사했는데 이는 사상 최초로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탄착했다. 군은 자폭장치 미가동 등 여러 정황으로 볼 때 북한이 의도적으로 NLL을 넘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비질런트 스톰)에 반발해 미사일 35발을 동·서해로 집중 발사하기도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이번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앞서 20일 대북 경고 메시지를 내고 “북한은 군사합의에 명시된 ‘해안포의 포문 폐쇄’를 매년 위반함으로써 올해 11월 현재까지 누적된 위반행위만 3400여 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합의 전체 위반 횟수는 3600회가 넘는다. 특히 북한은 지난해 12월 무인기 5대를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일대를 포함한 수도권까지 침투시킴으로써 합의를 유명무실화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이 우리 정부가 먼저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23일 “북한이 우리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북한이 사실관계를 호도하고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이는 것에 대해 거듭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