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문닫은 충전소·불량 수소 ‘충전 대란’…“이래도 수소차 타라고?”

입력 | 2023-11-24 09:59:00

23일 오후 경기 용인시 처인구 하이넷 에버랜드 수소충전소에 재고 소진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충전소의 수소 공급 문제는 이달 초 수소 생산 업체 중 하나인 현대제철 당진 공장의 설비에 문제가 생겨 생산량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2023.11.23/뉴스1


수소연료전지차는 한때 전기자동차와 미래 친환경차 경쟁을 벌일 것으로도 전망됐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했다. 현대자동차(005380)가 글로벌 수소차 시장 1위로 치고 나갔어도 시장 자체가 크지 못하면서 찻잔 속 태풍에 머물러 있다. 안 그래도 부족한 충전 인프라로 소비자 불만이 심한데, 최근 그나마 있는 충전소에서도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운전자들이 끓고 있다.

24일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수도권, 강원, 대전, 충청, 세종 등 23곳의 수소충전소를 단축 운영하기로 했다. 보통 오후 10시까지 운영하던 충전소가 이르면 오후 5시, 일부의 경우만 오후 6시 또는 7시까지 운영한다. 경기지역 수소충전소 27곳 중 12곳은 재고 부족 등의 이유로 아예 문을 닫았다. 인천도 8곳 중 3곳이 영업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문을 연 수소충전소마다 차량이 몰리고, 길게는 수시간씩 대기해 수소를 충전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수소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충전소 앞에서 차박을 하다가 충전을 해야 하나”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수소 공급에서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이넷은 공지사항을 통해 “최근 당진과 서산 등 수소생산설비 정비 기간 연장으로 중부권 일부의 수소 보급이 원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진 수소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현대제철 측은 “부품 문제가 발생했고, 문제가 된 3기의 생산시설 중 1기는 수리를 마쳤다. 나머지 1기는 이달 말에, 나머지 1기는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다음달 말이나 돼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수송용 수소는 수도권 등 중부지역 수요의 20~30%를 채워온 것으로 알려졌다.

충청권에는 ‘불량 수소’ 문제가 터졌다. 지난 9일 넥소 승용차 9대가 시동이 걸리지 않는 등 엔진 이상이 발생했고, 14일에도 수소 시내버스 5대가 같은 증상을 보였다. 이들 차량은 모두 충주 봉방동 그린수소충전소에서 수소를 충전했는데, 순도가 미달된 수소가 충전되면서 고장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청주 지역 수소 충전소에서도 연료 품질 이상 문제가 발생해 운영을 중단한 바 있다.

수소 공급 부족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현대제철, 롯데케미칼, SK E&S 등 수소 생산업체를 비롯한 유관기관들과 수소 수급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이처럼 열악한 충전 인프라에 대한 우려가 아직 많은 탓에, 친환경차 대세 흐름에도 불구하고 수소차 판매량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국내 시장의 수소차 누적 판매량은 4202대로 전년 대비 51.9% 감소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9월 세계 각국에 등록된 수소차 총 판매량은 1만129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했다. 가장 큰 시장인 한국 시장에서 판매량이 줄어든 탓이다. 글로벌 1위인 현대차 넥쏘는 글로벌 시장에서 올해 9월까지 4320대를 판매해 시장점유율 38.3%를 기록했다. 도요타는 같은 기간 3465대가 팔려 점유율 30.7%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점유율 격차는 7.6%p로, 시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

수소는 영하 163도에서는 액화가 되는 LNG 등과 달리 끊는 점이 영하 253도로 액체로는 저장이 어렵다. 결국 고압의 가스 형태로 저장·전달해야 하는데, 난이도가 상당하다. 업계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나 한국가스공사가 적극적으로 나서 줄 것을 요청하는데, 수소 산업이 전 정부의 역점 사업이었던 탓인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도 가격 때문에 수요가 주춤한 상황인데, 요즘 누가 수소차를 탄다고 말하겠나”고 하소연했다.

그러나 수소차 산업은 탄소중립과 수소경제 활성화를 위해 어려워도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수소는 산소와 쉽게 결합해 전기를 만들면서도 온실가스가 발생하지 않는다. 신재생에너지는 생산의 간헐성이 높은데, 일반 배터리보다 전력 손실률이 낮은 수소연료전지는 이를 극복할 수 있다. 또 수소연료전지는 전기차 배터리보다 가벼워 디젤 엔진을 주로 쓰던 버스·트럭의 친환경차 대안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만큼 적극적이진 않지만 미국·독일 등 자동차산업 선진국들도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 인프라 확충을 단계적으로 늘리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6월 H2 비즈니스 서밋에서 넥쏘의 후속 모델을 2025년 출시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기존 넥쏘는 연간 판매량이 1만대 전후였는데, 신형 넥쏘의 판매 목표는 연간 3만대 가량을 고민 중인 것으로도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 인프라 문제는 지속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 같은 문제가 생겼으니 정부나 생산업체에서도 해결 노력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