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2~10월 금융권 기획감독 결과 14개소 중 12개소 법 위반 사항 62건 적발 차별 시정지시…내달 가이드라인 발표 예정 고용장관 "약자 보호는 노동개혁의 기본"
계약직 근로자만 출근시간을 10분 전으로 정해놓은 은행이 적발됐다. 고용 당국은 비정규직 차별이라며 시정지시를 내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4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해소를 위한 금융업 간담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은행·증권·보험회사 등 금융기관 14개소에 대한 기획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독은 제1금융권 은행 5개소, 증권 5개소, 생명보험 3개소, 손해보험 1개소를 대상으로 지난 2월부터 10월까지 전국 6개 고용노동청에서 실시됐다. 감독 결과에 따르면 14개소 중 12개소에서 법 위반 사항 62건이 적발됐다.
계약직 운용지침에 기간제·단시간 근로자만 출근시간을 영업시간 10분 전으로 규정을 해 놓은 A은행이 대표적이다. 이 은행은 직접 고용한 운전직 근로자에게 통상임금의 100%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지급할 때 파견근로자에게는 정액 40만원만을 지급하기도 했다.
또 B은행은 기간제 중 1일 8시간을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월 20만원의 중식비와 10만원의 교통보조비를 지급하면서 7시간30분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이를 지급하지 않았다.
C증권회사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추석 명절귀성비로 60만원을 지급하면서 육아휴직 대체근로자 등 1일 6~7시간을 일하는 단시간 근로자에게는 이를 미지급했고, 또 다른 증권회사 D사도 정규직 근로자에게 기본 700%의 상여급을 지급하면서 유사업무를 하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는 연봉액의 24.5~27.3%만 지급했다.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사례도 4개소에서 적발됐다. 금액은 총 4억원에 달한다.
증권회사 C사도 72명에 대해 1억9000만원 상당의 연차휴가미사용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됐다.
이 밖에도 B은행은 임신근로자에게 시간외 근로를 시킨 것으로 조사됐고, 산후 1년 미만 근로자에게도 법정 시간 외 근로 한도를 초과해 시킨 것으로 파악됐다. 법령에서 정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주거나 유산·사산휴가도 취업규칙에서 정한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준 경우도 있었다.
C증권회사도 법령에서 정한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보다 짧은 기간을 준 것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적발된 12개소에 즉시 시정을 지시했다. 또 적발된 62건 외에도 이 같은 법 위반 사항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내달 8일 차별 시정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어 “노동시장 약자보호와 법치 확립은 노동개혁의 기본으로, 공정한 노동시장과 차별없는 일터 조성에 힘써달라”며 “정부도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공정한 대우에 대한 기본원칙과 사례를 담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사업장이 자율 개선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차별없는 일터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각 기관 대표들은 “불합리한 차별을 해소하고 재발 방지 노력을 하겠다”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한편 이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노동조합의 요구에 귀를 닫고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호를 외면한 사용자들이 만들어 낸 부끄럽고 처참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들은 “고용관계에 있어 모든 차별적 처우에 반대한다”며 “이번 감독결과를 바탕으로 비정규직에 대한 모든 차별을 즉각 시정하고 금융노조에서 요구한 비정규직 및 저임금직군 사용금지 등 비정규직 비율 줄이기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