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인질 석방에 극적으로 합의하기까지는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이스라엘 모사드 등 정보기관들이 치열한 물밑 협상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정상들의 설득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 시간) 인질 석방 협상에 관여한 미국과 중동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역사상 가장 복잡했던 협상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직후부터 하마스 고위 인사들과 소통이 가능한 카타르에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세포조직(cell)’을 조직하도록 지시하고 카타르와 이집트에 협상 중재를 요청했다.
당초 인질 석방 협상은 지난달 20일 하마스가 미국인 여성 2명을 석방하면서 속도를 내는 듯 했지만 “가자지구 지상군 침투를 연기하면 인질을 추가 석방하겠다”는 하마스의 요구를 이스라엘이 거부하면서 기싸움이 시작됐다. 이에 카타르가 하마스에 팔레스타인 수감자 석방 등을 조건으로 여성과 어린이 인질 석방을 제안했지만 하마스는 석방 대상 인질 50명 중 10명의 명단만 제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에게 전화를 걸어 하마스가 석방 대상 인질 50명의 신원 정보를 제공하도록 요구하며 “이번이 마지막 (협상) 기회가 될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어 이스라엘이 하마스가 지휘통제소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알시파 병원을 장악하자 하마스는 결국 석방 인질 정보를 제공해 타결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하마스가 협상 막판에 이스라엘에 교전 중단 기간 동안 드론 정찰을 중단하라고 요구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거부하면서 합의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수용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고 한다. 미 정부 당국자는 WSJ에 “미국이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하마스와 이들을 섬멸하겠다고 선언한 이스라엘이 참여한 합의인 만큼 이번 합의는 언제든 깨질 수 있다”고 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