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쓰인 한국사의 결정적 순간들/최중경 지음/312쪽·1만9000원·믹스커피
“동학군을 진압해 달라고 청군을 불러들여 일본군이 한반도에 상륙할 구실을 내주고 조선 몰락의 물꼬를 튼 이가 고종이다. … 권력 유지를 위해 외세에 의존하려 했던 용렬한 군주 고종이 미화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책머리에 던지는 저자의 질문이다. 저자는 우리 역사 인식이 “은폐와 과장, 왜곡, 편견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면서 이를 비판적으로 재검토한다.
위화도 회군은 ‘명분 없는 군사 쿠데타’였으며, 만약 고려 우왕이 이성계 대신 최영 장군을 보냈다면 요동에 진출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해볼 만했던’ 원명 교체기, 쿠데타로 집권해 명분이 부족했던 이성계가 스스로 굽히고 명나라의 신하를 자청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축적된 해양 역량을 포기한 조선의 해양 정책’, ‘성리학 질서에 매몰된 일류 과학기술’ 등 역사에서 배울 교훈을 조곤조곤 짚는다.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내기도 한 저자가 DBR(동아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을 보완해 묶었다. 저자는 “실패한 역사는 전략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교재”라고 강조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