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교전 중단] ‘인질 50명 석방’ 지켜질지 주목… 10명씩 추가 석방땐 휴전 연장 여지 휴전 90분후 구호품 전달도 재개 이 “북부 가지말라” 전쟁 지속 의지… ‘급한불 껐지만 불안한 평화’ 전망
이스라엘 인질 석방 촉구 포스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 간 일시 휴전과 인질 석방 개시를 하루 앞둔 23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거리에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사진과 석방을 촉구하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걸려 있다. 텔아비브=AP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7일 이후 48일 만에 잠시 총성이 멈췄다. 나흘간 교전을 중지하기로 양측이 합의하면서 24일 오전 7시(현지 시간)부터 일시 휴전에 들어갔다. 양측은 이날부터 나흘간 50여 명의 인질을 석방하고, 인질 1명당 이스라엘 감옥의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3명을 풀어주기로 했지만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스라엘은 석방된 인질들이 무사히 자국 국경을 통과하면 2시간 뒤 팔레스타인인 수감자를 돌려보내겠다고 밝힌 상태다. 국제사회는 휴전 체제로의 전환을 촉구하고 있지만 하마스를 궤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태도에 변화가 없어 ‘짧고 불안한 평화’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 인질-수감자 1 대 3 맞교환
가자지구 피란 어린이들 위로하는 공연 교전 중단 전날인 23일(현지 시간) 난민캠프로 쓰이고 있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유엔 학교에서 어린 피란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공연이 한창이다. 교전이 멈추는 4일 동안 가자지구에는 구호품이 전달된다. 라파=AP 뉴시스
이스라엘은 일시 휴전 합의에 따라 27일까지 가자지구 전역에서 누구도 공격하거나 체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내 북부와 남부를 잇는 주요 도로를 통해서만 민간 이동의 자유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전 중지 약 1시간 30분 만에 구호품 및 연료 지원도 재개됐다.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 방송에 따르면 가자지구와 이집트의 라파 국경 검문소를 통해 약 200대의 구호품 트럭이 진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간 가자지구 내 연료 반입에 난색을 표했던 이스라엘도 “병원 가동 등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구호품은 반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인질 1명당 팔레스타인인 수감자 3명을 맞교환한다는 합의에 따라 수감자 39명도 풀려날 전망이다. 추후 인질 10명씩 추가 석방이 이뤄질 때마다 휴전 기간을 하루씩 연장할 여지도 열어놓았다.
가자지구 남부에서 4일간 무인기(드론) 정찰 비행도 중단된다. 가자지구 북부의 경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 6시간씩 비행을 멈춘다. 인질 석방 과정에서 드론이 정찰 비행을 하면 남은 인질의 위치, 동선 등이 노출될 수 있다는 하마스의 우려를 이스라엘이 받아들였다. 다만 인질과 수감자 맞교환 과정에서 합의 이행 여부 등을 두고 양측이 충돌해 합의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 “급한 불 껐다” vs “짧고 불안한 평화”
국제사회는 휴전 상태가 장기간 지속돼야 한다고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지만 전망은 엇갈린다. 심각한 인도주의적 위기에 처한 가자지구에 지원의 손길이 열려 급한 불을 끄게 됐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카타르 관영 알자지라는 “하루만이라도 폭격 없이 잠들길 원하는 환자들과 아이들에게 위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쟁 양상을 크게 바꾸진 못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24일 오전 교전 중지가 시작된 직후 가자지구 전역에 “주민들은 가자지구 북부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말라”는 전단을 살포했다. 아직 전쟁이 끝난 게 아니라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