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H지수를 토대로 발행된 주가연계증권(ELS)에서 원금 손실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금융당국이 실태조사에 나섰다. 내년 상반기에만 최소 3조 원대의 손실이 예상돼 투자자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이다. 금융당국은 ELS를 판매한 은행과 증권사들이 가입자에게 투자 위험과 손실 가능성 등을 제대로 알렸는지 집중 점검할 방침이다.
ELS는 통상 3년인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이 되는 주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약속한 이자와 원금을 주는 상품이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 원가량이다. 증권사 간판상품이지만 H지수가 폭락하지 않으면 ‘예금금리+α’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은행들이 신탁과 펀드 형태로 대거 ELS를 팔았다.
그런데 2021년 초 12,000을 넘었던 H지수가 중국발 쇼크로 줄곧 하락해 최근 6,000대 초반으로 반 토막 났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달 새 만기가 돌아온 ELS 상품들은 45%가 넘는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내년 상반기엔 5대 은행에서만 8조4000억 원 규모의 ELS 만기가 도래하는데, H지수가 반등하지 않으면 3조 원 넘는 손실이 발생한다. 이후 만기가 되는 상품과 증권사 판매분을 감안하면 손실은 더 불어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ELS를 팔 때는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자필 설명 등을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켰다고 금융사가 할 일을 다 한 건 아니다. ELS 투자자 상당수가 고령자인 만큼 상품 구조와 위험을 요식적으로 설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은행들이 H지수가 하락할 때도 꾸준히 ELS 상품을 팔았다는 점에서 수수료를 챙기려고 시장 상황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와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사태에 이어 또 대규모 원금 손실이 임박하면서 금융권의 신뢰가 흔들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