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금리 4%대… 15개월만에 3배로 대출 조이자 올림픽 특수 기대 식어 유럽 20개국 집값 9년만에 첫 하락 獨 주택건설업체 22%가 사업 취소… “세제-행정규제 개혁해야 시장회복”
“집을 내놓은 지 한 달 반이 됐는데 찾는 사람이 없네요.”
10일 프랑스 파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전광판에 ‘매물’ 딱지가 붙은 집의 소개 전단이 여러 장 붙어 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
내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주택 매매 붐을 기대하던 프랑스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식고 있다. 최근 1년 3개월 만에 금리가 3배나 뛰어 4%대를 기록하면서 주택자금 마련이 어려워진 탓이다. 유럽 다른 국가도 마찬가지다. 최근 유럽 20개국 평균 집값은 9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고금리 장기화로 집값은 더 내려가고 유럽 주택시장 침체가 세계 경기 회복을 더 늦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 獨 전체 건설사 22% “사업 취소”
유럽 주택시장이 조만간 회복될 것이란 낙관론이 없지는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지난해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10회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하다가 지난달 4.5%에서 동결해 ‘금리 정점이 가까워졌다’란 분석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ECB가 물가와의 전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추가 금리 인상을 배제할 수 없다.
● “세제-행정 개혁해야 시장 회복”
주택시장이 더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는 주택 보유자들은 복잡한 세제와 규제를 개혁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파리 마레지구에서 또 다른 집을 보여주던 다주택자 베르나르 르브르통 씨는 “정부가 재산세 같은 바보 같은 세금을 개혁하고 집 살 때마다 서류를 100쪽가량 채워야 하는 행정 절차를 바꿔야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세가 너무 많이 올랐다는 얘기다. 프랑스 전국부동산소유자연합에 따르면 2016∼2021년 5년간 재산세 인상률은 9.4%인데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은 6.9%, 임대료 인상률은 3%다.
덴마크는 이 같은 집주인들의 불만을 의식해 최근 세제를 개편했다. 덴마크 인터넷 매체 더로컬에 따르면 당국은 내년부터 재산세를 산정하는 부동산 가치 평가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일부 주택 보유자는 역대 최대 재산세 감면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 사업 정보 및 시장 조사 전문 싱크탱크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은 “올 하반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안정되겠지만 높은 인건비와 자재비로 인한 건설비 상승으로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집값은 추가로 떨어질 수 있다”며 “2025년에는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