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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수 꿈꾸던 15세 소녀, 장기기증으로 5명 살리고 하늘로

입력 | 2023-11-27 09:41:00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이예원 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대학교수를 꿈꾸던 15세 소녀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5명의 생명을 살리고 하늘로 떠났다.

2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해 5월 11일 이예원 양(15)이 분당차병원에서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 폐장, 간장, 신장(좌우)을 5명에게 기증하고 숨졌다고 밝혔다.

이 양은 같은 해 4월 26일 집에서 저녁 식사 전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았지만 뇌사 상태가 됐다.

의료진은 이 양의 몸 여러 군데가 안 좋아지고 있다며 곧 심장도 멎을 수 있다고 가족에게 말했다.

가족은 이 양이라면 어떠한 결정을 했을지 고민했다. 평소 남을 배려하고 돕길 좋아하던 이 양이었기에 가족은 장기기증을 결심했다.

이예원 양.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경기 평택에서 2녀 중 장녀로 태어난 이 양은 밝고 쾌활하며 예의 바른 아이였다. 초등학생 때부터 반장을 하고 중학교 3학년 때는 반에서 부회장을 하는 등 리더십이 뛰어났다. 중학교 2학년 시험에서는 전교 1등을 할 정도로 똑똑했다.

이 양은 어릴 적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다. 별자리를 보고 설명하는 것도 즐겨 천문학을 공부하고 싶어 했다.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 데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을 하고 싶어 대학교수를 꿈꿨다.

이 양은 대학교수의 꿈을 이루기 전 하늘의 별이 됐다. 이 양이 다니던 중학교에서는 중학교 3학년 과정을 미처 마치지 못하고 떠난 이 양에게 올해 1월 명예졸업장과 모범상을 수여했다.

이예원 양의 동생이 언니가 다시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언니가 좋아했던 것들을 그린 모습.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이 양 어머니는 “이렇게 갑자기 이별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고 지금도 네가 없는 현실이 믿어지지 않아. 예원이 너를 처음 품에 안았던 따뜻했던 그 순간을 엄마는 잊을 수가 없어. 엄마, 아빠에게 넌 기쁨이었고 행복이었어. 너무 착하고 이쁘게 자라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 양 아버지는 “하늘나라 편지(한국장기조직기증원 홈페이지)에 매일 같이 편지로 일상을 전하며 딸을 그리워하고 있다”며 “예원이에게서 새 생명을 얻은 분들이 건강하게 예원이 몫까지 열심히 살아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 양의 동생은 언니가 병원에 있는 동안 깨어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언니가 좋아했던 것들을 그려주기도 했다. 이후 다시 만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만화를 그리며 이별을 준비했다고 한다.

문인성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즐겁고 행복해야 할 어린아이의 이별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든 일인데,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 장기기증에 동의해 주신 유가족에게 감사드린다”며 “이예원 양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이 잘 전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