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자신을 겨냥해 ‘준석이가 도덕이 없는 것은 부모의 잘못’이라는 취지로 언급한 것에 대해 “어디서 배워먹은 건지 모르겠다”며 불쾌함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정치를 12년간 하면서 논쟁을 벌인 상대도 많고, 여러 가지 일로 날 선 대화를 주고받은 사람도 많지만 부모를 끌어들여 남을 욕하는 건 본 적이 없다”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나이가 40세가 되고, 당 대표를 지냈던 정치인에게 ‘준석이’라고 했다”며 “미국에서도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하면서 남을 비난하면 좋은 평가를 못 받을 거다”고 했다.
또 인 위원장이 자신을 만나기 위해 부친에게 연락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공개적으로 남의 집을 건드리는 게 반복되고 있다”며 “어느 문화에서도 이건 용납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미스터 린튼’ 발언으로 자신에게 제기됐던 인성론에 대해서는 “한쪽으로 가면 꼰대론”이라며 “정치라는 것은 굉장히 냉정하게 각자의 정견을 겨루는 곳인데 거기서 인성을 들고나와서 뭘 하는지 모르겠다”며 “(당시) 저는 인요한 위원장의 가문에 대한 존경으로 제 말을 시작했는데, 이건 아니지 않느냐. 아버지, 어머니 얘기가 도대체 왜 나오나”라고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 허은아 의원 등도 “완전히 선을 넘었다”고 인 위원장을 비판했다.
천 위원장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본인만 평가하거나 비판해도 되는데 그걸 또 부모님까지 끌고 왔다”며 “정치의 영역에서, 특히 공개된 당원들 앞에서 이렇게 부모님 욕까지 한다는 것은 완전히 선을 넘은 것 같다. 너무 존중이 없는 ‘K-꼰대’ 같은 발언이 아닌가 싶다”고 했다.
이기인 경기도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원수지간에도 부모는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 대체 어디가 바닥인가”라며 “조급함을 알겠으나 선은 넘지 맙시다”고 했다.
인 위원장은 전날 충남 태안군에서 열린 국민의힘 청년 및 당원 트레이닝 행사에서 “한국의 온돌방 문화와 아랫목 교육을 통해 지식, 지혜, 도덕을 배우게 되는데 준석이는 도덕이 없다”며 “그것은 준석이 잘못이 아니라 부모 잘못이 큰 것 같다”고 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