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갈무리)
지난 26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아내가 오늘 생명을 살렸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돌 지난 쌍둥이를 키우는 A씨는 주말을 맞아 아내, 아이들과 함께 여의도에 위치한 백화점에 놀러 갔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당시 엘리베이터 안에는 노부부가 함께 탑승했고, 그중 할아버지가 A씨의 쌍둥이 딸을 뚫어져라 쳐다봤다고 한다.
A씨는 “‘우리 딸이 예뻐서 쳐다보시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할아버지께서 점점 딸에게 다가가시더라”라며 “유모차에 있는 딸에게 얼굴이 점점 가까워져서 뭔가 이건 좀 이상하다 싶었다. 세상이 워낙 흉흉해서 해코지하려는 건가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러나 그때 할아버지는 갑자기 흰자를 보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A씨는 “너무 놀랐다. 숨을 안 쉬고 계신 것 같았고 군대에서, 회사에서, TV에서, 예비군에서 배웠던 CPR(심폐소생술)은 생각도 안 나더라. 그냥 몸이 굳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A씨는 “맞는 건지도 모르겠는데 배운 거 생각나는 대로 했다”면서 “1분 정도까지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2분 정도 지나자 할아버지께서 엄청 큰 숨을 들이마시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니 눈을 뜨셨다”고 전했다.
이어 “할아버지는 왜 누워있는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고 계셨다”며 “이때 백화점 직원들이 제세동기를 들고 엄청난 속도로 계단으로 내려왔고, 우리는 119가 오기 전에 자리를 떴다”고 밝혔다.
A씨는 “쓸어내린 가슴을 안고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백화점 직원들이 저희를 어찌저찌 찾아서 너무 감사하다고 소정의 상품을 전해주셨다”며 “할아버지께서는 다행히 사람도 알아보셨고 다 괜찮아 보이셨다”고 말했다.
이후 할아버지와 연락이 닿아 통화도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이 세상이 아직 나를 조금 더 이곳에 살라고 당신 아내와 같이 엘리베이터에 태운 것 같다. 너무 감사하다”며 건강이 회복되면 A씨 가족과 함께 만나자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백화점 직원분들께도 감사 인사를 전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저는 자기 전 거실 바닥에 누워 아내에게 제대로 다시 CPR을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