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등조정소위원장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3.11.21. 뉴시스
여야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서 27일부터 국회법상 근거 조항도 없는 예산심사 소(小)소위원회를 가동했다. 여야 의원 3명에 기획재정부 관계자 2명 등 5명만 참석해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소소위에서 656조9000억 원의 예산안을 ‘밀실 심사’로 최종 결정하게 되는 것. 정치권 관계자는 “나라 예산을 정치적으로 흥정하는 소소위는 뿌리 뽑아야 하는 악습”이라고 비판했다.
여야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삼석 예결위원장과 예결위 여야 간사인 국민의힘 송언석, 민주당 강훈식 의원 등 3명에 기재부 2차관 등 기재부 인사가 참여하는 소소위를 열고 예산안 논의를 재개했다. 소소위는 여야 15명으로 구성된 예결위 예산소위에서 합의하지 못한 예산 항목들을 결정 짓는 자리다. 여야 간 예산 대치가 길어지고 국회법상 예결위 심사 시한(11월 30일)이 가까워지면 소소위가 관행처럼 되풀이돼 왔다.
비공개로 진행되는 소소위는 속기록,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다. 이 때문에 여야 간사나 실세 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을 처리하는 ‘쪽지 예산’ ‘카톡 예산’ 등을 양산해 ‘깜깜이 심사’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서로 ‘선심성 증액’을 눈감아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예결위원으로 활동한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은 통화에서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할 예산이 국민 모르게 결정된다”며 “투명하지 못한 심사 과정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올해도 12월 2일 법정 시한 내 처리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소소위에서도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여야 원내대표 간 협상에서 결판을 내야 한다. 오는 30일까지 합의가 불발되면 12월 1일에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 민주당은 야당 단독 수정 예산안 처리 가능성도 밝힌 상황이다. 지난해에는 12월 24일에 예산안이 처리됐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