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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외식 가능해져… ‘펫 갈등’도 조정할 때[이슈 따라잡기]

입력 | 2023-11-27 23:33:00

‘반려동물 음식점 동반’ 특례승인 시행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설채현 수의사·놀로 원장


2022년 통계 조사 결과 우리나라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602만 가구다. 인구로 치면 1306만 명이며 전체 인구의 25.4% 정도다. 사실 반려동물 양육 가구는 많이 생각하는 것과 같이 급증하고 있진 않다. 오히려 2020년 이후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하지만 동물을 ‘장난감같이’ 취급하던 애완동물에서 정말 새로운 가족을 의미하는 ‘반려동물’로 인식이 변화했다. 반려동물과 그동안은 하지 않았던 많은 활동에 대한 보호자들의 욕구는 늘고 그로 인해 여러 새로운 산업이 탄생하고 있다. 미용실, 장례식장뿐 아니라 반려동물 동반 카페, 그리고 최근에는 식품위생법 특례 승인으로 일부 식음료점에서는 반려동물을 안에 데리고 가서 ‘겸상’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기는 논란도 없지 않다.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사람 중 일부는 “무섭다”, “비위생적이다”라며 반대하기도 한다. 가족처럼 여기는 것에 대하여 좋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넘어 ‘개 팔자가 상팔자다’라며 심지어 반려인과 적대적으로 부딪치는 경우도 많다.

반려견들이 사료가 차려진 식탁 앞에 앉아 있다. 반려동물의 음식점 출입을 금지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예외를 허용하는 시범사업이 올해부터 시작됐다. 정부는 의견 수렴을 거쳐 이르면 2025년 법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동아일보DB 

그럼 반려동물 식음료점 출입이 허용되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될까? 첫째, 반려동물 동반 식음료점의 비율이 지금보다 아주 높아지진 않을 것이다. 법적 지지가 없었을 뿐이지 반려동물 동반 가능한 식당들이 적지 않았다. 동물에 대한 불안한 감정이 있는 사람들의 선택권이 지금과 비교하여 크게 줄어드는 변화는 없을 것이다.

둘째, 위생 문제다. 많은 사람이 동물은 더럽다 생각하지만 개를 예로 들면 사실 우리가 매일 가지고 다니고 얼굴에 가져다 대는 휴대전화보단 깨끗하다. 털로 인한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힘들 수 있지만 접촉하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그 심각도는 크지 않다. 털이 음식에 들어가는 등의 문제는 부엌 공간의 분리 등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

셋째, 안전 문제다. 개들을 위한 공간을 운영하는 나도 가장 신경 쓰고 걱정하는 부분이다. 종종 사회성이 부족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개를 데리고 오는 보호자들이 있다. 이 역시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 교육 그리고 간단한 공간적 분리 등으로 해결할 수 있다. 제도적 관심도 분명 필요하다.

반려동물과 반려 인구의 활동 영역이 넓어지면서 갈등은 곳곳에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왜 생기는 것일까? 가장 먼저 반려인과 비반려인의 인식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개가 음식점, 카페 등에 들어가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개는 개일 뿐 반려인들이 개를 가족으로 여기는 마음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경향이 크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개와 사람 사이에는 생리학적으로 부모와 자식 간에 나타나는 사랑 호르몬(oxytocin-positive loop·부모와 자식이 상호작용하여 사랑을 느끼게 되는 기전)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느껴본 반려동물 보호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번째는 동물 공포증, 혹은 공포까진 아니더라도 동물은 위험할 것이라는 인식이다. 예를 들어 개 공포증(cynophobia)은 어렸을 적 개를 경험해 볼 기회가 많이 없었거나, 개에게 물렸던 경험이 있거나, 미디어에서 보이는 개의 무서운 모습 등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그럼 정말 개는 얼마나 위험한 존재일까?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개 물림 사고는 연평균 6건 발생하고 2017년부터 오히려 소폭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6건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사고 빈도는 우리 주위에 있는 여러 생물 사고를 비롯해 차 사고 등 무생물 사고까지 포함해 봤을 때 많지 않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 6건을 0건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로만 비반려인들을 설득하기는 어렵다. 대중의 인식 변화를 위해서는 가장 먼저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직도 개에 대한 이해가 없이, 관련 법규에 대한 지식도 없이 ‘우리 개는 안 물어요’를 외치고 가장 기본적인 ‘펫티켓’인 산책줄 하기, 똥 치우기 등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펫티켓을 지키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해외 반려동물 선진국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과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반려동물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 많다. 약국, 병원 등 몇몇 공간만을 빼고선 개도 들어올 수 있다는 마크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유럽에서는 ‘개는 들어오면 안 된다’는 표식이 있는 곳을 제외하고는 다 들어가도록 허용한 나라가 많다. 사실 이 나라들도 우리와 같은 논란의 과정을 겪었을 것이다.

변하는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윗세대들에겐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반려인들도 노력하고, 비반려인들도 과도한 걱정을 버리며, 국가에서도 알맞은 제도와 규칙을 만든다면 반려동물의 증가가 우리 경제에도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은 반려동물과 함께 많은 활동을 한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을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다양한 물건과 서비스도 구입한다.

초고령사회로 나아가며 노인 가구가 늘고, 1인 가구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 가구와 산업은 더 늘어날 수 있다. 돌봄과 사랑에 결핍을 느끼는 사람들이 반려동물과 더 많이 함께하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형 쇼핑몰에서도 첫 시작 시에는 여러 걱정이 있었지만 지금은 반려동물 출입을 성공적으로 잘 정착시키고 있다. 반려인과 비반려인, 모두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이해한다면 반려동물과 공유하는 공간을 늘려가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다.



설채현 수의사·놀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