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맞아 가족 힐링 영화 이어져 실화 바탕으로 만든 ‘아워 프렌드’… 다코타 존슨, 암투병 엄마로 열연 ‘레슬리에게’ 출연한 라이즈버러…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 올라
2023년이 한 달여 남은 연말, 따뜻한 영화 한 편으로 마음을 데워보는 건 어떨까. 겨울을 맞아 눈시울이 촉촉해지는 힐링 가족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하고 있다. 영화를 다 보고 극장을 나올 때면 엄마에게 전화를 한 통 하고 싶어질지 모른다.
영화 ‘아워 프렌드’에서 난소암에 걸린 엄마 니콜(다코타 존슨·가운데)이 두 딸에게 책을 읽어주고 있다. 죽기 전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실행해 머리카락을 파랗게 물들였다. 디스테이션 제공
일하느라 바빠 아내와 소원해졌다가 암 진단 소식을 들은 남편 맷은 심경이 복잡하다. 아내가 없는 집은 모든 것이 엉망진창이고, 사춘기에 접어든 딸은 “아빠랑 남겨지는 게 억울하다”며 고함을 지른다. 아내가 곁을 떠나는 게 두렵지만 병간호는 모든 걸 포기하고 싶게 할 만큼 고되다. 그를 일으켜 세워 주는 건 친구 데인이다. 데인은 삼촌처럼 니콜과 맷의 딸들을 돌보고, 니콜과의 이별을 누구보다 슬퍼한다.
영화 ‘레슬리에게’에서 알코올의존증 환자인 레슬리(앤드리아 라이즈버러·오른쪽)와 그에게 유일하게 따뜻한 마음을 보여 준 스위니(마크 매런)가 함께 동네 축제를 즐고 있다. 영화사 진진 제공
술에 빠져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던 레슬리는 급기야 어린 아들 제임스(오언 티그)를 친구 집에 두고 떠나기에 이른다. 이후 레슬리는 술을 얻어먹기 위해 남자들을 유혹하고, 햄버거를 사주겠다는 옛 친구를 따라갔다가 성폭행당할 위협에 놓이는 등 밑바닥까지 추락한다. 아들은 자신을 다시 찾아온 엄마를 진절머리 치며 밀어낸다.
레슬리를 구원한 건 아주 작은 호의와 관심이었다. 모텔 매니저 스위니(마크 매런)는 레슬리에게서 자신의 과거 모습을 겹쳐 보고, 그녀에게 일자리를 준다. 알코올 금단 현상으로 괴로워하는 레슬리의 곁을 지키며 조용히 밥을 챙겨준다. 레슬리는 그에게서 힘을 얻어 작은 식당을 열게 되고, 아들 제임스와 재회한다. 두 사람이 울며 웃으며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은 코끝이 찡하게 만든다. 배우 라이즈버러는 이 영화로 제95회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배우 케이트 윈즐릿은 “스크린에서 본 여성 배우의 연기 중 가장 위대하다”고 극찬했다.
따뜻한 모녀 이야기를 담은 한국 가족 영화들도 개봉을 앞뒀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는 ‘국민 엄마’ 김해숙이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받아 딸 진주(신민아)의 곁을 맴돌며 추억을 쌓는 이야기다. 같은 날 개봉하는 ‘교토에서 온 편지’는 엄마가 50년간 간직한 편지를 따라 딸들과 함께 교토를 여행하는 가족 드라마다. 배우 한선화 한채아 송지현이 세 자매로, 배우 차미경이 엄마로 출연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