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 올해보다 38% 많아 산림법인-광산업체서도 채용 가능 6월 ‘빈 일자리’ 21만여개 인력난 노동계 “졸속 정책… 악순환 심화”
정부가 내년에 비전문 외국인 근로자를 역대 최대 규모인 16만5000명 들여오기로 했다. 서울,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비전문 외국인이 취업할 수 없었던 식당에서 일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중소기업 등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노동계는 반발하고 나섰다.
● 서울 한식당도 외국인 주방보조 채용
정부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방기선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제40차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고 내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E-9 비자) 도입 규모와 신규 허용 업종 등을 확정했다. ‘고용허가제’는 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다. 동남아 등 16개 송출국 대상 일반 인력(E-9 비자)과 중국 등의 동포를 대상으로 한 특례 인력(H-2 비자)으로 나뉜다.
임업은 전국 산림사업법인과 산림용 종묘생산법인, 광업은 연간 생산량 15만 t 이상인 금속·비금속 광산업체가 대상이다. 음식점은 내년에 시범적으로 외국인 고용을 허용하고 이후 국민, 해당 업종 근로자 등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과 정부 평가 등을 거쳐 추가로 확대 여부를 검토한다.
● 양대 노총 “졸속 대책” 반발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대거 들여오는 이유는 국내 중소기업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올해 6월 기준 ‘빈 일자리’(조사 당시 비어 있거나 한 달 내 채용할 수 있는 일자리)는 제조업 5만7000개, 비제조업 15만6000개였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빈 일자리는 2020년 각각 3만1000개, 9만5000개에서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력 도입 규모와 사업장별 고용 한도를 늘렸지만, 여전히 일부 서비스업 중심으로 외국인력 수요가 늘고 있다. 방 실장은 “구인난이 심각한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력의 추가 허용 요구가 있어 필요하면 12월에도 외국인력정책위를 열겠다”고 했다.
이날 정부 발표에 노동계는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성명에서 “국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기존 허용 업종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등이 없는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정책”이라며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양산하는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이주노동자를 가파르게 증가시키면서 이에 걸맞은 지원과 처우 개선은 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력이 부족하다고 손쉽게 이주노동자로 대체하려는 정책”이라고 했다.
고용허가제내국인을 구하지 못한 중소기업이 정부에서 고용허가서를 발급받아 비전문 외국인력을 고용할 수 있는 제도. 동남아 등 16개 송출국 대상 일반 인력(E-9 비자)과 중국 등의 동포를 대상으로 한 특례 인력(H-2 비자)으로 나뉜다. E-9 비자 외국 인력을 중소제조업, 농·축산업, 어업, 건설업, 일부 서비스업 등에서 고용할 수 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