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판자촌 수정마을의 겨울 걱정 “연탄 장당 200원 올라 1000원대” “난방비 등 큰 부담” 농가도 시름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판자촌 수정마을 주민 박신혁 씨(왼쪽)가 다른 주민과 함께 마을 공용 연탄을 들어 보이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아무리 긁어모아도 겨우 보름 치 연탄밖에 안 남았네요. 한 달 뒤에나 연탄이 온다는데….”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판자촌 수정마을. 마을 자치회장인 김정열 씨(64)는 겨울비에 몇 장 안 남은 연탄이 젖을까봐 가림막 아래로 연탄을 밀어 넣으며 이같이 말했다. 현재 30가구가 거주 중인 이 마을에는 올해 연탄 기부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김 씨는 “지난해 이맘때만 해도 가구당 300장 안팎의 연탄 기부가 들어왔던 것과 비교된다”며 한숨을 쉬었다. 또 “올해는 연탄이 1000원대로 200원가량 올라 부담이 더 커졌다”며 “다음 달에 기부가 두 건 잡히긴 했는데, 겨울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사회복지법인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에 따르면 올해 연탄 1장당 전국 평균 소비자가격은 850원이다. 서울, 강원 등 일부 지역에선 원자재값과 더불어 배달비까지 오르면서 많게는 연탄 한 장당 1200원까지 올랐다고 한다.
최근 경기가 둔화되면서 기업 기부도 얼어붙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19년 11월에 400만 장에 달했던 기부는 지난해 11월에는 330만 장, 올 11월에는 160만 장으로 줄었다. 기부 기관도 2019년엔 170여 곳에 달했지만 지난해는 150여 곳, 올해는 100여 곳에 불과하다. 허기복 연탄은행 대표는 “모두 ‘올해 상황이 안 좋아 기부가 어렵다’는 말뿐”이라고 전했다.
전국 곳곳에서 연탄 공장이 영업을 중단한 것도 연탄 가격 인상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 가동 중인 연탄공장은 39곳이었으나 올 9월에는 21곳만 남았다. 4년 만에 반토막 가까이 난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실내등유 가격이 L당 1400원대를 유지하면서 농촌 등 등유를 많이 쓰는 가구의 부담도 큰 상황이다. 특히 겨울철 온도에 예민한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는 고민이 크다. 충남 논산시에서 딸기 농장를 운영 중인 서교선 씨(50)는 “최근 비료 등 가격도 올랐는데 난방비까지 부담이 커 전체적으로 비용 부담이 예년 대비 50% 이상 오른 것 같다”며 “인건비까지 많이 올라 사실상 농사를 이어 나가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
여근호 인턴기자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