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체계 마비 위기] 내년 일몰… 상시화案 3년째 계류… 일몰땐 선호않는 법정관리 들어가야 다급한 기업들 대출 연장 요청 늘어… “워크아웃 등 구조조정 선택권 줘야”
나일론 원료 생산업체인 A사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이 일몰되기 직전인 올해 9월 유동성 부족으로 워크아웃과 사업 재편을 신청했다. 한때 매출 1조 원을 오갔던 이 업체는 올해 6월 말 기준 차입금 규모만 약 1900억 원, 부채 비율은 4만 % 가까이 치솟아 한계에 봉착했다. 그러나 A사는 워크아웃을 통해 차입금 상환 기일을 늦출 수 있었고 기업 매각과 신산업 진출을 통해 부활에 나서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기촉법 일몰로 자칫 법정관리에 들어갔다면 회사 가치가 반 토막 이하로 내려갔을 것”이라고 했다.
고금리로 한계 상황에 직면한 기업이 역대 최대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부실과 도산을 선제적으로 막아줄 기업활력제고특별법(기활법)이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이어 실효(失效)될 위기에 몰렸다. 이미 일몰된 기촉법에 이어 기활법까지 사라지면 한계기업 등의 기업 구조조정 수단은 법정관리(회생절차)밖에 남지 않게 된다. 일시적 유동성 위기에 처한 기업들의 흑자 도산이 늘어날 우려가 크다.
● 이달 논의 안 되면 무기한 표류 가능성
기촉법과 기활법은 각각 2001년과 2016년 시행됐다. 기촉법은 은행권의 채무 조정과 만기 연장 등 워크아웃을, 기활법은 기업들의 선제적 사업 재편을 지원하는 근거법으로 자리매김해오고 있었다. 두 법이 모두 사라지면 기업들에 남은 구조조정 옵션은 법정관리밖에 없다. 하지만 법정관리는 기업 정상화까지 10년 이상이라는 긴 세월이 걸리는 데다, 부도 기업이라는 ‘낙인 효과’가 커서 기업들이 선호하지 않는다. 이런 점 때문에 산업계는 기촉법, 기활법의 재입법과 상시화를 요구하고 있다.
● 금융권도 우려…“만기연장 요청 늘어”
전문가들은 기업의 선제적 구조조정을 위해 구조조정 관련 법안의 상시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전무는 “워크아웃은 기업의 자율적 구조조정과 효율적인 정상화 작업으로 재입법이 필요하다”며 “기활법도 빠른 산업구조 변화에 기업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수적인 수단”이라고 했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는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도 정지돼 정상적인 영업이 어려워진다”며 “기업들에 구조조정 수단을 결정할 선택권을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세종=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