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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파벌싸움 한심, 일할 의욕 없어” “인사 위해 조직 있는듯 본말전도”

입력 | 2023-11-28 03:00:00

국정원 前現 직원들 반응
“직급체계 등 근본적 변화 필요”




“한심해서 일할 의욕도 없는 분위기다.”

국가정보원 직원 A 씨는 중견 직원들의 반응을 전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간부 인사를 둘러싼 파벌 싸움이 외부에 고스란히 노출된 끝에 김규현 국정원장과 권춘택 1차장이 동시에 경질당하는 상황까지 벌어지면서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와 자긍심이 땅에 떨어져 있다”는 것. 전·현직 국정원 직원들과 전문가들은 이번 인사 쇄신을 계기로 국정원이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전 정부를 거치며 약화된 대북 업무 역량 강화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을 지낸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인사를 위해 마치 조직이 있는 것 같은,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계속됐다”면서 “62년 동안 유지된 인사 시스템 문제가 이번에 터져 나온 것”이라고 진단했다. 계급 정년으로 인해 인사 때마다 ‘라인’이 중요하고 승진에 목매는 분위기가 인사 갈등으로 이어질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 남 교수는 “정보 수집, 분석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직급 체계 등 인사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전직 국정원 간부 B 씨는 “북한의 도발 위협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동맹 복원 등 안보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상반기에 정리됐어야 할 내홍이 너무 길게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김규현 전 원장을 한 차례 신임했는데도 조직을 다잡지 못하고 인사를 둘러싼 파벌 싸움이 지속돼 국가 안보에 악영향을 초래했다는 것.

전직 국정원 간부 C 씨는 “원래 국정원은 인사 갈등이 드문 조직이지만 전임 정부 시절 특히 인사 유연성이라면서 엉뚱한 사람이 발탁되고, 2∼3년 만에 4급에서 1급으로 특정인에게 직급 승진이 초고속으로 이뤄졌다”면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비전문가를 특수 보직에 앉히는 일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때 약화된 정보 수집이나 휴민트 관리 등 대북 업무 역량을 회복하는 과정이 인사 파동 등을 거치면서 더디게 이뤄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직 국정원 간부 D 씨는 “현 정부 출범 이후에도 국정원의 대북 업무 역량에 의구심이 들게 한 이벤트들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면서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대북 역량은 절반 수준밖에 회복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 전 원장은 27일 이임식에서 “지난 정부에서 길을 잃고 방황했던 국정원의 방향을 정하고 직원 모두가 큰 걸음을 내딛은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고도예 기자 ye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