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사범대부속중 2학년 조우신 의인 주민들 “덕분에 살았다”
화재 현장에서 주민들을 구한 조우신 군.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
“불이야! 얼른 대피하세요!”
주말 아침 인천 미추홀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중학생이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들을 도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지난달 21일 오전 9시경 주말을 맞아 늦잠을 자던 인하대사범대부속중학교 2학년 조우신 군(14)은 불이 났다며 자신을 깨우는 부모님의 목소리에 잠에서 깼다. 매캐한 냄새를 따라 복도 쪽 창문을 확인하니 검은 연기가 치솟는 것이 보였다. 2층에서는 거센 불길이 타올랐다.
지난달 21일 오전 인천 미추홀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불이 난 모습. 인천소방본부 제공
조 군은 당시를 회상하며 “주말 늦은 아침 시간이라 다들 주무시고 계실 것 같아 빨리 깨워서 대피시키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건물 밖으로 나온 조 군은 건물을 향해 “불났으니 빨리 대피하세요! 입과 코를 물수건 같은 것으로 가리고 빠르게 나오세요!”라고 외쳤다. 학교에서 화재 발생 시 대피 방법을 배웠던 게 도움이 됐다. 조 군의 외침에 창문을 연 주민들은 불이 났다는 걸 인지하고 서둘러 대피하기 시작했다.
당시 화재 사실이나 대피 방법을 알리는 사람은 오직 조 군뿐이었다. 조 군은 “저밖에 없다는 사실에 많이 놀라서 더 빨리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이 크게 들었다”며 “무섭다기보다는 사람들을 먼저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설명했다.
조우신 군이 인천 미추홀경찰서장 표창장을 전달받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인하사대부중 제공
화재 현장에서 솔선수범해 주민들을 도와 미추홀경찰서장 명의 표창과 인천시교육감 표창을 받은 조 군은 “표창장을 받을 때 많이 떨리고 긴장됐다”면서도 “저 자신이 자랑스러운 느낌이었다”며 웃어 보였다.
용기 있게 이웃 수십 명을 구한 조 군은 “불이라는 건 정말 예고 없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다”며 “나중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진짜 더 크게 소리 질러서 더 빨리 대피시킬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조우신 군이 인천시교육감 표창을 받고 있다. 인천시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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