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 신자도에서 발견된 변작 중계기와 태양열 패널. 부산경찰청 제공
수사망을 피하고자 무인도에 변작 중계기를 설치해 해외 발신번호를 국내 번호로 변경하는 등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부산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범죄단체 등의 조직, 사기,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중국 전화금융사기 조직원 3명과 중계기 관리책 A 씨 등 16명을 구속하고 공범 7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A 씨 등은 2018년 7월부터 올해 9월까지 중국 다롄 등 현지 6곳에 전화금융사기 조직을 두고 검찰이나 금융기관을 사칭하는 수법으로 피해자 328명에게 150억 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중계기는 모텔·원룸·땅속 등의 고정형과 차량·오토바이 등의 이동형으로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터넷에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올려 연락이 오면 차량이나 오토바이에 상자를 싣고만 다니면 된다는 식으로 한 달에 300만 원가량을 주면서 이동형 중계소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 패널 아래 설치된 대용량 배터리. 부산경찰청 제공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기 위해 강서구 일대 오피스텔, 교각, 컨테이너 등을 100여 차례에 걸쳐 수색했다. 또 해경 선박 등을 이용해 강서구 일대 무인도에서 지속적인 수색 작업을 벌였다.
경찰은 중계소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포폰 180대, 대포 유심 1800개, 중계기 35대 등을 압수했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전화금융사기 조직은 고액 아르바이트를 빙자해 원룸·모텔 등에 중계기를 설치하도록 하거나 차량 등에 싣고 다니도록 제안하며 범행에 가담시키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이혜원 동아닷컴 기자 hye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