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50일 가까이 붙잡혀 있던 인질들이 당시의 생생한 경험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한 인질은 갇힌 곳에서 탈출했다가 다시 붙잡혀 오기도 했다.
27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하마스에 납치된 인질들의 이야기가 이스라엘-하마스 간 인질 교환으로 수십 명의 인질이 풀려나면서 서서히 단편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아직 대부분의 인질이 언론 접촉이 불가능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어, 인질의 친척들이 한 인터뷰를 토대로 이들이 겪은 시련을 제한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인질 케렌 문데르(54)는 몸무게가 13~17파운드(약 5.9~7.7kg) 빠진 채로 돌아왔다. 케렌의 사촌인 메라브 모르 라비브는 “그들은 식사를 하긴 했지만, 정기적인 식사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질들은 기차역 대합실에 있는 의자처럼 세 개씩 늘어선 의자를 엮어 그 위에서 잠을 잤고, 화장실을 사용할 때는 하마스 대원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문을 두드리거나 소리를 내야 했다. 화장실에 가기 위해서 때때로는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들은 7주 넘게 완전한 어둠 속에 있었기 때문에 햇빛에 적응해야 하는 상태다. 아직까지 인질들이 어디에 구금됐는지는 베일에 싸여있지만, 가자지구 지하 터널에 갇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석방된 이스라엘 인질 아디나 모셰(72)의 조카 에얄 누리는 CNN에 “인질 중 다수가 서로 다른 장소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경험이 다를 수는 있다”며 “우리 고모는 하루에 두 시간만 햇볕을 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누리는 “가장 나쁜 점은 문자 그대로 어둠 속에 있었다는 점일 뿐만 아니라, 지식 측면에서도 깜깜무소식이었다는 것”이라며 “지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2차 인질 교환으로 풀려난 이스라엘 남매 노암 오르(16)와 앨마 오르(13)는 풀려난 후에야 어머니가 살해됐고, 아버지가 실종 상태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일가족이 납치된 엥겔베르트 가족은 네 가족 중 세 명만 석방됐다. 아버지는 여전히 가자지구 내에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
인질들이 있는 곳에서도 폭격은 이어졌다. 누리는 “고모는 풀려나기 전날까지 연속적인 폭격음을 들었다”며 “폭격 뒤에는 침묵이 흘렀고,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몰랐다”고 전했다.
하마스에게서 탈출을 시도한 용감한 인질도 있었다. 러시아계 이스라엘인 로니 크리보이(25)의 고모 엘레나 마기드는 칸 공영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건물이 무너진 뒤 도망칠 수 있었고, 며칠 동안 혼자 숨어 있었다”며 “결국 가자지구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찾아 테러리스트들에게 데려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경까지 가려고 했다. 내 생각에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로 도망쳐야 하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방황했던 것 같다”며 “그는 나흘 동안 혼자 있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마스는 이스라엘과의 인질 교환 일환으로 지금까지 주로 여성과 어린이 등 인질 69명을 석방했다. 이 중 이스라엘인은 모두 50명이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이틀간 추가 교전 중단에 합의하며, 하마스는 20명의 인질을 더 석방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