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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뚱뚱할 때,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오은영의 부모마음 아이마음]

입력 | 2023-11-28 23:30:00

〈194〉비만 스트레스가 있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절대 해서는 안 되지만, 종종 뚱뚱한 아이, 체중이 많이 나가는 아이는 집단에서 놀림을 받는 대상이 되곤 한다. 악의는 없다고 해도 가벼운 농담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애칭이라는 미명하에 ‘돼지’, ‘뚱보’, ‘뚱땡이’라고 불리기도 해서 마음의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부모는 부모대로 아이의 식습관을 바꿔 보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많이 해 보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 아이의 식습관 때문에 무기력해지기도 하고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이런 경우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성장 차트에 정확하게 그려 보고 판단하는 것이다. 실제로 약간 통통은 하지만 부모가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정상 범주에 있는 아이들도 꽤 많다. 그러므로 아이가 뚱뚱하다고 생각되면 정말 비만인지 아닌지부터 먼저 명확하게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에게 음식을 제한하는 것, 즉 다이어트를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은 인간이 누리는 행복 중 하나이다. 어른들조차 식사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성장기 아이에게 다이어트를 시키는 것은 좌절감과 정서상의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잘 안 먹는 아이를 억지로 먹이면 정서적인 문제가 일어난다. 많이 먹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못 먹게 제한하는 것 역시 칼로리 섭취는 조금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정서적인 큰 어려움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이어트보다는 몸에 좋은 음식을 골고루 천천히 섭취하게 하면서 운동량을 늘리거나 운동 습관을 바꿔주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그러나 아이에게만 무엇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것은 사실 아이 입장에서는 부당하다고 생각될 수 있다. 가족 모두가 생활 스타일을 바꾸고 식습관과 운동 습관을 바꾸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가 뚱뚱할 때, 부모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다. 첫째, 잘 먹는다고 아이를 과하게 칭찬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배부르게 잘 먹으면 흐뭇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잘 먹을 때마다 칭찬하고 좋아하면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둘째, 정크 푸드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등을 대부분의 아이들은 매우 좋아한다. 반대로 부모들은 아이의 몸을 생각해서 이런 음식을 못 먹게 한다. 그런데 정크 푸드나 단것을 완전히 금지하면 아이들은 부모가 보지 않을 때나 없을 때 빠른 시간 내에 과다하게 이런 음식들을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음식들을 지나치게 많이 먹게 그냥 두면 안 되겠지만, 아주 가끔은 아이가 이것에 한이 맺히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허락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음식을 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잘 쓰는 말이 있다. “엄마 말 잘 들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얌전히 있으면 끝나고 나가서 아빠가 햄버거 사줄게” 등이다. 아이가 지켜야 하는 사회적인 기준이나 규범들, 정서적인 가치들을 단 음식이나 정크 푸드와 맞바꿔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희로애락 같은 정서 반응이나 자신이 꼭 지켜야 하는 사회적 규범을 단 음식이나 먹는 것과 직결시키게 된다.

넷째, 뭔가를 시청하면서 간식을 먹거나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비만이든 아니든, 과체중이든 아니든 간에 어떤 가정에서도 지켜야 하는 기본적 식습관 원칙이다.

다섯째, 누군가 아이의 체중을 가지고 놀렸을 때, 절대로 그냥 넘기거나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 사람들은 별생각 없이 쉽게 “돼지야”, “뚱뚱이”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실제 자신이 뚱뚱해서 고민인 사람은 지나가는 말에도 큰 상처를 받는다. 어릴수록 신체 자아상에도 문제가 생긴다. 아이는 아이라서 혹은 이미 많이 움츠러든 상태라 이런 놀림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럴 때는 부모가 대신 나서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여섯째, 심심할 때 먹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한다. 먹는 것으로 심심함을 달랜 아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마다 바로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은 비만과도 직결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이의 밥그릇이나 대접의 크기를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 작은 것으로 바꿔주거나 요리를 할 때 조금씩 지방과 설탕 양을 줄여 간다거나 하루에 섭취하는 주스를 한 번씩은 물로 마시게 하는 것이 의외로 저항감 없이 아이의 체중을 서서히 줄여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오은영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