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비만 스트레스가 있는 아이
일러스트레이션 박초희 기자 choky@donga.com
오은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소아청소년클리닉 원장
성장기에 있는 아이에게 음식을 제한하는 것, 즉 다이어트를 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맛있게 먹는 것은 인간이 누리는 행복 중 하나이다. 어른들조차 식사를 조절하는 것이 어렵다. 성장기 아이에게 다이어트를 시키는 것은 좌절감과 정서상의 어려움을 줄 수 있다. 잘 안 먹는 아이를 억지로 먹이면 정서적인 문제가 일어난다. 많이 먹는 아이도 마찬가지다. 못 먹게 제한하는 것 역시 칼로리 섭취는 조금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정서적인 큰 어려움을 안겨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뚱뚱할 때, 부모가 되도록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다. 첫째, 잘 먹는다고 아이를 과하게 칭찬하지 않는다. 부모들은 무의식적으로 아이가 배부르게 잘 먹으면 흐뭇해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아이가 잘 먹을 때마다 칭찬하고 좋아하면 아이는 부모를 기쁘게 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고 더 많이 먹을 수 있다.
둘째, 정크 푸드를 완전히 금지하지 않는다. 패스트푸드점에서 파는 햄버거,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등을 대부분의 아이들은 매우 좋아한다. 반대로 부모들은 아이의 몸을 생각해서 이런 음식을 못 먹게 한다. 그런데 정크 푸드나 단것을 완전히 금지하면 아이들은 부모가 보지 않을 때나 없을 때 빠른 시간 내에 과다하게 이런 음식들을 섭취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음식들을 지나치게 많이 먹게 그냥 두면 안 되겠지만, 아주 가끔은 아이가 이것에 한이 맺히지 않도록 제한적으로 허락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셋째, 음식을 보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부모들이 자신도 모르게 잘 쓰는 말이 있다. “엄마 말 잘 들으면 아이스크림 사줄게.” “얌전히 있으면 끝나고 나가서 아빠가 햄버거 사줄게” 등이다. 아이가 지켜야 하는 사회적인 기준이나 규범들, 정서적인 가치들을 단 음식이나 정크 푸드와 맞바꿔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희로애락 같은 정서 반응이나 자신이 꼭 지켜야 하는 사회적 규범을 단 음식이나 먹는 것과 직결시키게 된다.
넷째, 뭔가를 시청하면서 간식을 먹거나 군것질을 하지 않도록 한다. 아이가 비만이든 아니든, 과체중이든 아니든 간에 어떤 가정에서도 지켜야 하는 기본적 식습관 원칙이다.
여섯째, 심심할 때 먹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한다. 먹는 것으로 심심함을 달랜 아이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을 때마다 바로 뭔가를 먹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것은 비만과도 직결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아이의 밥그릇이나 대접의 크기를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게 조금 작은 것으로 바꿔주거나 요리를 할 때 조금씩 지방과 설탕 양을 줄여 간다거나 하루에 섭취하는 주스를 한 번씩은 물로 마시게 하는 것이 의외로 저항감 없이 아이의 체중을 서서히 줄여 나가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