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석 사진부 기자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와 기념 사진을 촬영한 사진기자 하산 에슬라이야(위 사진 오른쪽)와 하마스 땅굴을 공개하는 이스라엘 방위군(IDF)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 사진 출처 X·IDF
한 달 뒤 이스라엘 정부는 팔레스타인 사진기자들이 사전에 테러 계획을 알았던 게 아니냐며 의심했다. 친이스라엘 언론 감시 단체는 현장에 있던 프리랜서 기자 하산 에슬라이야가 하마스의 지도자와 함께 찍은 사진을 증거로 공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학살 현장을 방관한 기자들 또한 공범’이라며 맹렬히 비난했다. 로이터통신은 자사와 계약돼 있는 2명의 기자는 사건 발생 한참 뒤 취재를 시작했다며 하마스와의 내통설을 일축했지만, AP통신과 CNN은 에슬라이야와의 계약을 즉시 끊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AP통신은 ‘우리는 단지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뉴스 속보에 대한 자료를 수집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스라엘 측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하마스의 테러 이후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보복성 공습을 연일 이어갔다. 점점 하마스의 공격은 잊히고 폭격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민간인들의 모습만 언론에 부각됐다. 여론 악화를 우려한 이스라엘군은 소수의 외신기자를 지상군과 동행 취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취재는 철저한 통제하에 이루어졌다. 오히려 이스라엘군이 본인들에게 유리한 사진, 영상을 자체적으로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제공하고 언론이 받아 쓰는 일이 많아졌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시파 병원 지하 터널을 보도하는 건 기자가 아닌 군복을 입은 이스라엘 대령이었다. 보도의 객관성에 의심이 갈 수밖에 없다. 14일 소셜미디어에 올라왔던 이스라엘군이 하마스의 헌병대 본부와 의사당을 점령한 뒤 촬영한 듯한 기념사진도 정확한 출처가 없어 언론사들이 사실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과거 베트남전쟁 때 기자들은 제한 없이 전선을 넘나들었다. 당시 기자들은 최초로 아군의 만행을 보도해 세계적인 반전 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미국 정부는 전쟁 패배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면서 전시 언론 통제를 하기 시작했다.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모델을 빌리면서 종군기자들이 전쟁터에 들어가기 힘들어졌다. 그러다 보니 이번 전쟁 현장에도 균형과 진실성을 담보해 줄 사진기자가 없다. 보도사진마저도 심리전의 도구로 전락해버린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