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함께하는 제1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성악) 수현 젬마 나 우승 한살때 호주 이민… 빈 음대 등 수학 “매 단계 연습 아닌 공연이라 생각”
‘LG와 함께하는 제18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한 수현 젬마 나 씨.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10분 가까운 길이에 소프라노의 최고 음역과 온갖 어려운 기교를 쏟아놓은 나 씨의 노래가 끝나자 앞서 남 씨의 순서와 마찬가지로 폭풍 같은 갈채가 터졌다. 나 씨는 이번 콩쿠르에서 영예의 1위를, 남 씨는 3위를 수상했다. “꿈만 같아요. 이게 사실인지, 아직 수상 후보자 자리에 앉아 있어서 다시 시상식이 시작하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나 씨는 “결선에서 부른 토마의 곡은 호주나 미국에서도 듣기 힘든 어려운 곡이다. 택한 사람이 또 있을 걸로 예상을 못 했다. 남예지 씨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너무 잘 불렀고, 나도 나만의 스타일을 들려 드리려 했다”며 웃음 지었다.
나 씨는 한 살 때 온 가족이 한국에서 호주로 이민을 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합창부 선생님이 “너는 개미만 한데 소리는 엄청 크구나”라며 솔로를 시켰다. 고등학교에서는 뮤지컬을 전공했다.어머니가 “아시아인에게는 뮤지컬 배역이 많이 안 돌아가니 성악을 공부해라”고 권했다.
“시드니 음악원을 나와 빈 국립음대에서 공부하면서 ‘이게 바로 소리의 예술, 음악이구나’라고 느꼈습니다. 오페라나 리사이틀을 볼 때 제가 느끼는 감동을 제 소리로 다른 사람에게 느끼게 하고 싶다고 생각해 진지하게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1위 결정 후 심사위원들은 “발성과 가사의 발음, 해석이 완벽하고 자신의 드라마를 만들어낼 줄 아는 가수다. 바로 세계 주요 오페라 무대에 서도 환영받을 재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나 씨는 “매 단계에서 연습이 아니라 공연이라고 생각하고 모든 걸 보여 드리려 했다”고 말했다.
나 씨는 미국 시카고 오페라 정단원으로 합격해 내년부터 출연 예정이다. “미국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관심 가져 달라. 한국에서의 무대도 곧 마련해 보겠다”며 거듭 감사를 표했다.
“레퍼토리 다양해져… 7명 모두 탁월한 실력 갖춰”
심사위원들 총평
“출연자들의 레퍼토리가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습니다. 대부분 자신의 목소리와 연기의 특성에 잘 맞는 노래들을 선곡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올해 심사위원으로는 미국의 마이클 히스턴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예술행정 부국장과 그레고리 헹클 샌프란시스코 오페라 예술부문 감독, 독일의 아네테 베버 취리히 오페라 감독, 중국의 궈썬 상하이 음대 부학장 등 세계적 예술행정가와 영국을 대표하는 헬덴(영웅적) 테너 존 트렐리븐, 일본의 메조소프라노이자 교육가인 가노 에쓰코,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활약해온 소프라노 캐슬린 김(한양대 교수), 테너 신상근(경희대 교수)이 함께했다.
히스턴 부국장은 “결선 진출자 모두 곡 해석과 발음 등이 완벽했다”고 평했다. 헹클 감독은 “각자가 한 편의 드라마를 보여준 결선 무대였다”고 말했다. 가노는 “콩쿠르 진행에 있어 전문성이 인상 깊었고 한국 출연자들은 그들이 아시아 성악계의 리더임을 보여주었다”며 “일본에 돌아가서 젊은 성악도들에게 이 콩쿠르를 꼭 경험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높은 수준의 경연이었지만 해외 참가자가 결선에 많이 올라오지 못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참가자들이 짧은 기간에도 최선을 다했다”고 했다. 트렐리븐은 “20대 중반의 나이에도 놀라울 정도의 역량을 증명한 가수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고, 베버 감독은 “아직 공부 중인 학생도 바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완벽함을 보여주었다”고 평가했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