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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될라” 긴장한 영어유치원… 다른 과목 ‘분리결제’ 꼼수

입력 | 2023-11-29 03:00:00

6월 사교육 경감대책에 포함돼
정부 “영어 이외 수업땐 행정처분”
법 개정 늦어지자 단속회피 나서



기사와 무관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


“이제 필드 트립(현장 체험학습)은 못 갈 것 같습니다. 한글 수업도 안 될 수 있어요.”(유아 대상 A영어학원 관계자)

서울에서 5세 아이를 키우는 한 학부모는 일명 ‘영어유치원’(유아 대상 영어학원) 상담 중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교육부에 따르면 영유는 올해 기준 전국에 847곳이다. 전체 국공사립 유치원(8441곳)의 10.0%에 달하는 수다. 원비가 한 달 100만∼200만 원이 넘는 영유는 영어뿐 아니라 한글, 체육, 미술, 음악, 코딩 등도 가르친다고 홍보한다. 하지만 최근 내년도 신입생 모집 홍보 활동은 예전보다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이는 정부가 올 6월 사교육 경감 대책을 발표하며 “유아 영어학원이 등록한 교습과목 외에 유치원처럼 운영하면 행정처분할 수 있도록 유아교육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영유는 법적으로 유치원이 아니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은 국공사립 유치원만 해당된다. 영유는 교습 과정으로 등록한 ‘실용 외국어’만 가르쳐야 하는데, 불법으로 다른 과목도 가르치고 급식도 주면서 마치 유치원처럼 된 것이다. 영유가 체험학습을 나가는 것도 안 된다.

정부가 유아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영유 규제를 내세운 배경이다. 사교육 카르텔을 잡겠다며 대형 입시학원에 세무조사까지 벌인 것을 지켜본 영유들도 긴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영유는 신입생 모집을 앞두고 “정부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움직이겠다”고 말하지만, 일부는 벌써 “필드 트립을 원내 활동으로 대체하겠다” “내년부터 영어 이외의 수업은 못 한다”고 학부모에게 안내 중이다. 온라인 맘카페에는 “내년에 영유 수업이 위축될 것 같은데 보내도 되느냐”는 글들도 올라온다.

일각에서는 사실상 유치원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영유에 대한 행정처분을 명시하는 유아교육법 개정과 이에 따른 단속 등 정부의 후속 대책이 늦어지며 영유가 법망을 피할 대책을 마련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법 개정을 어떻게 구체화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각 시도 교육청과 산하 교육지원청도 “내려온 지침이 없다”며 단속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발 빠른 영유는 정부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를 꾀하고 있다. 일부 영유는 미술, 체육 등 다른 과목은 다른 사업자에 ‘분리 결제’시키는 방법으로 운영하려고 준비 중이다. 지금처럼 여러 과목을 가르치면서 영어 외 과목의 영수증을 분리하기 위해서다. 영유가 관련 영수증을 갖고 있지 않으면 교육당국이 적발할 방법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 현재 대다수 영유가 교육당국에 급식비를 받는다고 신고하지 않은 채 케이터링 업체를 통해 원아들에게 급식을 주는 것과 동일한 방식이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