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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심고, 창업 돕고, 이웃 보듬고… “나홀로 성장 아닌 다함께 성장으로”

입력 | 2023-11-30 03:00:00

[기업, 아름다운 동행]
공생의 가치 실천하는 기업들
현대차, 소아암 환자 25년간 지원… 포스코, 혁신 벤처기업에 투자하고
SK는 탄소 감축 포트폴리오 설정… 두산, 순직-공상 소방관 가족 돌봐



게티이미지코리아


《“앞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기준으로 삼겠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가 2020년 1월 투자자 등에 보낸 연례 서한에서 명시된 문구다. 이 한 문장은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이 기업 운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는 것을 각인시키게 했다.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넘어서서 사회적, 환경적 가치까지 고려하는 기업 활동이 절실해진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한 국내 기업 중에서도 일찌감치 환경보호와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며 시대적 가치를 먼저 실현하고 있는 곳들이 많다. 지구온난화로 심각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 자연보호 활동에 나서는가 하면 창업 인프라 조성과 지역 균형 개발 지원 등 다양한 사회적 구성원과 공생하기 위한 활동에 열중하는 기업들도 나타난다. 정부는 2026년 이후 일정 규모 이상의 대형 상장 기업부터 ESG 정보 공시를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의 관련 활동은 향후 더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소아암 환자와 그 가족을 지원하는 캠페인 ‘현대 호프 온 휠스’를 올해까지 25년 동안 지속해오고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접근성 향상을 위한 ‘웰컴휠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2019년부턴 사회공헌 대상을 반려견으로까지 확장해 반려견 헌혈 문화 확산을 돕는 ‘아임도그너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혁신 기술 탄생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지원하는 공헌 활동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스타트업의 창업과 스케일업을 지원하는 ‘벤처밸리’와 투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벤처펀드’ 등을 운영하는 포스코그룹이 대표적이다. 포스코는 벤처기업들이 투자자를 쉽게 찾을 수 있게 2011년부터 사업 경연 및 투자설명회인 ‘아이디어 마켓 플레이스’를 개최하고 있다.

협력사와의 동반성장을 꾀하기도 한다. 한화그룹은 협력사를 대상으로 대금 조기 지급, 저금리 상생 펀드 조성 활동 등에 나섰다. 한화그룹 우수 협력사 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하며 인력난에 시달리는 협력사들의 부담 경감에도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한화솔루션은 신용평가기관과 협업해 20여 개 중소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평가보고서를 제공하는 등 지속가능 경영 자체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효성은 고객사들의 경쟁력 강화를 물밑 지원하는 ‘고객 몰입 경영’을 도입했다. 이 기업은 국내 중소기업 고객사들의 해외 판로 개척을 위한 다양한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 전시회나 세미나 등 비대면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구매자(바이어)를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는 등의 방식이다.

‘지구시민’의 관점에서 환경보호 활동에 나서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SK그룹은 2030년까지 세계 탄소 감축량의 1%인 2억 t 감축에 이바지한다는 목표 아래 ‘그린과 에너지’를 핵심 비즈니스 포트폴리오로 선정했다. SK이노베이션이 ‘카본 투 그린’을 혁신 추진 방향으로 설정하는 등 화석연료에 기반한 기존 계열사 사업을 ‘그린 사업’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은 임직원들이 몽골의 탄광 도시인 바가노르구에서 2004년부터 나무를 심어왔다. 척박한 몽골 땅에 숲을 조성하며 생태 복원에 나선 것이다.

재난·재해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소방관과 구호 요원 등에 대한 기업 지원도 생겨난다. 두산은 최근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는 회복 버스를 소방관과 구호 요원들을 위해 기증했다. 두산그룹은 2017년부터 미취학 자녀가 있는 순직·공상 소방공무원 가족에게 자녀 양육비와 심리치료를 지원하는 ‘소방 가족 마음 돌봄’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이 홀로 재무적 성과를 내면서 ‘나홀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라는 점을 국내 산업계 전반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기업들의 지원 대상이었던 사회적 약자뿐만 아니라 이젠 그 공생의 대상이 자연과 지역사회, 고객사와 협력사 등 포괄적인 개념으로 확장한다”며 “이들과 동행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회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란 시대 의식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