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2030 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불발과 관련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2023.11.29. 뉴스1
정부·여당이 총력을 기울인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정치권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여권은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란 평가가 나오지만, 야당은 ‘정부 책임론’으로 여권을 겨냥하고 있다.
특히 유치 실패가 부산 민심에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사다. 부산은 전통적 여권의 텃밭으로 꼽히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과 여권의 ‘인적쇄신’ 움직임 등으로 민심이 심상치 않다. 이런 상황에서 엑스포 유치 실패가 여권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엑스포 관련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통해 “모든 것은 제 부족의 소치”라며 엑스포 유치 실패를 공식 사과했다. 이날 대국민 담화는 예정에 없던 일정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으며 실시간 중계됐다.
이같은 노력으로 당초 어려울 것이란 예상과 ‘해볼 만하다’는 기대가 감지됐지만, 투표 결과 부산은 29표를 얻는데 그치며, 119표를 받은 사우디 리야드에 참패했다.
정부가 전면에 나섰던 만큼 책임론이 불거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엑스포 특위에서 활동한 양이원영 의원은 “상황파악을 제대로 못한 책임은 분명히 있다”고 했고, 김경협 의원은 “충격적이고 참담한 패배”라고 정부에 날을 세웠다.
반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번 유치전에서 체득한 외교적 경험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의 역할을 해 나가는 데에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야당 공세 차단에 나섰다.
29일 부산 해운대구청 외벽에 걸려 있던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응원 현수막이 철거되고 있다. (부산 해운대구 제공) 2023.11.29
한국갤럽이 지난 21~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PK(부산·울산·경남)의 경우, 윤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 36%, 잘못하고 있다 54%를 기록했다.
이에 부산지역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전략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애초에 쉽지 않은 유치전이었는데 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면서 정부 책임론을 자처했다는 지적이다.
부산시가 주도하고 정부가 이를 뒷받침하는 게 아닌, 정부가 이를 주도하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정치적 부담감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기에 최근 여권에서 부산을 포함한 영남지역 ‘인적쇄신’ 가능성이 커지는 점도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인물교체 과정에서 잡음이 커질 경우 여권에 대한 실망감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