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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초 만난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찬반 논란 재점화

입력 | 2023-11-30 03:00:00

1차 관문인 전략환경평가 통과에
통도사 영축환경위, 반대 공식화
울주군 주민단체 맞불 기자회견
“지역 경제 활성화할 울산의 자원… 통도사와 협의해 접점 찾아갈 것”



영축총림 통도사 환경위원회는 20일 경남 양산 통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설치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독자 제공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41년 만에 착공한 가운데 환경당국의 전략환경평가를 통과하면서 추진 22년 만에 가장 큰 동력을 얻게 된 것으로 보였던 울산 영남알프스 케이블카 사업이 큰 암초를 만났다. 여론 형성에 큰 영향력을 지닌 국내 대표 사찰 통도사가 ‘도발’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반대 입장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는 신불산을 비롯해 가지산, 재약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산 9개가 이루는 산세가 유럽 알프스처럼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9일 울주군에 따르면 영남알프스 케이블카가 1차 관문 격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최근 통과했다. 전략환경영향평가는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에 앞선 절차로 사업자가 수립한 사업계획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적절한지, 입지의 타당성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행정절차를 말한다. 울주군이 산악관광 활성화를 위해 2001년부터 사업 추진에 나선 지 22년 만이다. 그동안 환경 보전 논쟁에 휘말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며 백지화 위기까지 맞았다.

그러나 지난해 7월 이순걸 울주군수가 취임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이 군수는 “산악관광 활성화에 필요하다”면서 사업 재추진에 힘을 실었다. 이 케이블카의 노선은 울주군 복합웰컴센터에서 신불산 억새평원까지 2.47km 구간이다. 울주군의 민간 사업자로 선정된 세진중공업의 특수목적법인인 영남알프스 케이블카㈜가 2025년 12월까지 10인승 캐빈 50여 대를 설치해 울주군에 기부채납하고 20년 동안 무상으로 사용하는 조건이다. 시간당 최대 1500명이 탈 수 있다. 사업비 644억 원을 전액 민자로 충당한다. 울주군은 내년 상반기까지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 등 남은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 짓고, 그해 7월 착공해 2025년 하반기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케이블카 설치 사업이 본격 재개되면서 불교계와 지역 주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환경위원회는 최근 통도사 일주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건설하는 것은 자연환경을 훼손하고 뭇 생명의 삶의 터전을 빼앗는 것으로 부처님의 가르침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케이블카 상부정류장을 당초 간월재에서 영축산과 더 가까운 신불재 쪽으로 옮겨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영축총림에 대한 도발이나 마찬가지”라면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서울산 6개 읍면 발전협의회는 20일 울주군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조속히 설치하라”고 주장했다. 울주군 제공 

울산환경운동연합의 계속된 반대 입장에 불교계까지 가세하자 울주군 서부 6개 읍면 발전협의회는 이날 오후 울주군청에서 맞불 기자회견을 열고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를 조속히 설치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도 허가되는데 왜 유독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만 제동이 걸리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누구나 마음껏 누릴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케이블카는 침체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전국 제일의 산악 관광자원으로서 울산의 위상을 드높일 특별한 자원”이라며 “120만 울산시민의 염원을 담아 조속한 설치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울주군은 통도사 측을 설득하는 한편 계획대로 행정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울주군 관계자는 “관광산업 불모지나 다름없는 울산에 영남알프스 케이블카는 관광산업의 새로운 토대가 될 것”이라면서 “통도사와 협의해 접점을 찾겠다”고 말했다.


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