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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AI 활용한 ‘스마트 물관리’… 누수 잡고 수해 막는다

입력 | 2023-11-30 03:00:00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
배수관 센서로 물 새는 위치 포착… 홍수 나면 댐 방류 여부 AI가 결정… 하천 인근 영상 분석해 침수 예측
비용 줄이고 용수 공급 능력 강화… 국가 차원 수자원 편익 향상 기대



에너자이에서 개발한 AI 모델을 적용한 결과 물이 들어찬 영역을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됐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악천후 속에서도 하천 범람 상황 등을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에너자이 제공


20세기가 ‘석유 전쟁’의 시기였다면 21세기는 ‘물 전쟁’의 시대라고 한다. 유네스코는 2022년 내놓은 보고서에서 세계 물 사용량이 매년 약 1%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2025년경에는 전 세계 국가의 3분의 2가량이 물 부족을 겪고 25억 명 이상의 사람들이 물 부족으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도 이런 물 부족 상황에서 예외가 아니다. 한국의 연간 강수량은 1200mm 정도로 세계 평균 수치보다 1.3배 정도 높다. 하지만 여름에 강수량이 집중되고 인구 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으로 따지면 세계 평균의 12% 정도에 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유일한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다.

물 부족 위기가 고조되면서 물 산업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2025년 물 산업 시장 규모가 약 90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물 산업 정책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물 산업의 메카로 주목받는 대전시의 행보에도 속도가 붙었다.

대전시는 2021년 지역특화산업을 물로 지정했다. 이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 주관하는 ‘AI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 사업’을 통해 2년 동안 집중 지원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 시작한 해당 사업은 올해 말까지 총사업비 341억 원이 투입되며 전국 6개 지역 특화산업에 인공지능(AI) 융합과 활용을 지원하고 있다. 대전은 물 산업 분야를 특화하여 디지털 물 산업 기반을 구축했다.

주관 기관인 대전정보문화산업진흥원은 디지털 물 분야에서 AI가 필요한 수요 기업 7곳과 이들에게 인공지능 솔루션을 개발해 줄 AI 전문 기업 9곳을 선정했다. 이후 AI를 기반으로 하는 누수 탐지, 침수 감지, 상수관로 탐지, 수자원 관리 예측, 지능형 밸브, 잔류 염소 예측, 유량 탐지 솔루션 등을 개발하고 현장 적용 및 성능 검증을 완료했다.

● 누수 잡는 족집게 AI

AI 영상분석 전문 기업 가온플랫폼(대표 조만영)은 ‘AI 기반 상수관로 누수 위험도 탐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공급 기업으로 참여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검증 절차를 마쳤다. 이 솔루션은 수도 배관에 설치된 진동 센서를 통해 누수 여부를 판단함과 동시에 누수 위치를 추정한다.

AI 기술은 누수 탐사 시간을 대폭 줄였다. 통상 6km 배관을 사람이 탐사하면 6시간 정도 걸린다. AI는 이 시간을 1시간으로 줄였다. 누수음 분석 정확도 역시 기존 40% 내외에서 80%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로 향상됐다. 시간과 비용이 줄고 분석 정확도가 향상된 해당 기술은 수요 기업으로 참여한 유솔(대표 오광석)이 받아 현장에서 활용한다.

● AI 유량 예측으로 수해 방지·용수 증대 ‘일석이조’

수자원 분야 AI 전문 기업 하백소프트(대표 박재영)는 ‘AI와 빅데이터를 이용한 하천 유량(홍수) 예측 솔루션’의 공급 기업으로 참여했다. 개발 솔루션은 AI 기술을 이용해 하루에서 열흘 단위로 전북 진안군 용담댐으로 흘러드는 유입량을 산정한 뒤 이를 시각화해서 구현한다.

AI 기반 솔루션은 댐 방류 의사 결정을 기존에 사람이 하는 것에서 AI가 하는 것으로 바꿨다. 이후 댐 유입량의 예측 정확도는 기존 방식 대비 15% 개선되었다. 실험 결과 홍수 발생 시 최대 방류량(CMS)은 15%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홍수 피해 규모가 4억5000만 원가량 줄어드는 수치다.

수요 기업으로 참여한 한국수자원공사(사장 윤석대)는 “AI 유량 예측 모델의 도입으로 용수 공급과 발전 능력까지 증대하면서 국가 차원의 수자원 편익을 높일 수 있는 기술적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AI 폐쇄회로(CC)TV로 집중호우 속 하천 범람 막아

AI 전문 스타트업 에너자이(대표 장한힘)는 ‘AI 기반 영상 개선을 통한 고성능 침수 영역 검출 솔루션’을 개발하는 공급 기업이다. 개발과 검증 과정까지 마친 이 시스템은 5개 강의 10개 지점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물 영역을 추출한 뒤 침수 상태를 감지한다. 고도화된 영상 분할 모델로 기상 악조건에서도 영상 성능을 높게 유지할 수 있다. 감지 범위도 하천 교량 시설을 넘어 외수 범람을 감지할 수 있는 댐 하류, 유원지로 확대됐다.

AI 기반 CCTV는 악천후 속 침수 영역 검출 정확도를 85% 이상으로 상승시켰다.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CCTV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교체로 인한 추가 비용 발생이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 AI로 수처리 펌프별 유량 실시간 제어

AI 모델이 적용된 가압장 내부 모습. 필드솔루션 제공 

산업용 AI 전문 기업 필드솔루션(대표 김대천)은 ‘AI 기반 개별 펌프 유량 및 효율 탐지 솔루션’을 개발하는 공급 기업으로 참여해 AI를 통한 펌프 성능 진단 솔루션을 완성했다. 이 시스템은 개별 유량계를 설치하기 까다로운 정수장이나 하수 처리장 등 수처리 펌프장 내에서 특히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AI 솔루션은 개별 펌프의 유량을 판단하는 시간을 대폭 줄였다. 기존에 사람이 8시간 걸려서 하던 작업을 AI는 10분 이내에 끝낸다. 펌프 유량의 탐지 비용도 센서가 하나 줄면서 펌프당 2600만 원씩 절감했다. 예측 정확도는 85%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개별 펌프의 유량 탐지가 가능해 펌프별 성능지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됐다. 수요 기업으로 참여한 펌프케어(대표 오상현)는 펌프 진단 방식의 고도화를 통해 비용 절감과 매출 상승 두 가지 효과를 동시에 기대하고 있다.

● AI로 침수 감지에 누수 탐지까지

데이터 플랫폼 개발 및 컨설팅 전문 기업 윌코모시스템즈(대표 박경화)는 두 가지 과제에 공급 기업으로 참여해 관련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실제 현장에 적용하는 검증 절차를 마쳤다.

수요 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를 대상으로 에너자이와 손잡고 ‘AI 기반 영상 개선을 통한 고성능 침수영역 검출 솔루션’ 개발 과제를 진행했다. 또 다른 과제인 ‘AI 기반 상수관로 누수 위험도 탐지 솔루션’ 개발 과제는 가온플랫폼과 추가로 진행했다.

윌코모시스템즈는 2021년 해당 지원 사업의 기획 단계부터 참여했다. 대전지역 특화산업 선정부터 수요·공급 기업 매칭 및 컨설팅 등의 전략과 경쟁력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