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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하늘나라 휴가 있어 엄마가 옆에 있다면…”

입력 | 2023-11-30 03:00:00

내달 6일 개봉 ‘3일의 휴가’서 엄마 ‘복자’역 맡은 김해숙 인터뷰
“제일 가까웠기 때문에 엄마에게
‘고마워’ ‘미안해’ 못한 게 큰 아픔
영화 보면서 가족의 따뜻함 느끼길”



영화 ‘3일의 휴가’에서 복자(김해숙·오른쪽)가 김치찌개를 끓이는 딸 진주(신민아)를 못 미더운 듯 바라보고 있다. 쇼박스 제공


“제 안에 뭐가, 얼마나 더 남아 있는지 저도 아직 다 모르겠어요. 그 무언가가 꺼내어질 수 있는 작품을 만나길 기대하며 연기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에서 하늘나라에서 휴가를 얻어 딸을 만나러 내려온 엄마 복자 역을 맡은 배우 김해숙(68)의 말이다. 푸근하게 말을 이어가던 그가 새 작품 이야기를 하자 그를 둘러싸고 있던 공기가 달라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29일 만난 김해숙은 기대와 기분 좋은 긴장이 뒤섞인 목소리로 “아직도 새 작품 캐릭터를 연구할 땐 첫사랑을 했던 옛날처럼 설렌다”고 했다. 연기 경력 48년, 일흔에 바짝 다가선 배우에게선 여전히 연기를 향한 열망이 엿보였다.

김해숙은 “배우로서 다양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쇼박스 제공 

“‘국민 엄마’라는 타이틀이 처음엔 굉장히 부담스럽고, 죄송한 마음마저 들었어요. 저는 집에서도 그런 엄마가 아니거든요. 100점짜리 엄마는 못 돼요.(웃음)”

또 엄마 역할을 맡은 이유에 대해 그는 “엄마를 연기할 때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부모님이 먼저 떠난 사람은 누구나 그런(부모님의 영혼이 옆에 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이 영화에 동화돼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3일의 휴가’에서 복자는 한평생 딸 진주(신민아) 뒷바라지를 하며 살다가 갑자기 죽는다. 죽은 지 3년이 되는 날 복자는 이승으로 3일간의 휴가를 받는다. 귀신이기 때문에 딸을 만질 수도, 이야기할 수도 없이 바라봐야만 하지만 복자는 고민할 것 없이 딸 진주에게로 향한다.

오랜만에 만난 딸은 복자의 기대와 달리 미국 명문대 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돌연 엄마가 살던 시골집에 눌러앉아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딸이 자신처럼 살지 않길 바랐던 복자는 억장이 무너진다. 하지만 진주가 엄마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으로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진주에게 “다 괜찮으니 즐겁게 살아라”는 당부를 하기 위해 하늘나라의 규칙을 어기기로 결심한다.

김해숙은 영화를 찍으며 돌아가신 엄마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홀어머니 아래서 무남독녀로 자란 그는 “제일 가까웠기 때문에 엄마에게 ‘고마워’ ‘미안해’라는 말을 못한 게 가장 큰 아픔이 됐다”며 “‘3일의 휴가’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와 겹쳐지는 지점을 찾으며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인간미가 없어지고 사회가 각박해져 가잖아요. 영화를 보는 동안이라도 가족의 따뜻함을 느끼면 좋겠습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