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내륙도시 영주에 양식장을? 지역에 활력 불어넣는 ‘소셜 벤처’

입력 | 2023-11-30 03:00:00

[행복 나눔]SK머티리얼즈 ‘STAXX 프로젝트’
소멸위기 처한 영주 살리기 위해 소셜벤처 10곳 유치해 사업 지원
내년 완공 목표로 새우 양식장 추진
전통시장서 지역 특화 주류 만들고, 지역 특산물 생산자와 소비자 연결



지난달 28일 경북 영주시 중앙시장에서 열린 ‘영주 어번 버스킹 페스티벌 2023’에서 영주 시민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SK행복나래 제공


“경북 영주시는 내륙이지만 교통이 좋아 ‘육상 양식’에 최적화된 도시입니다.”

인구가 빠르게 감소하는 국내 도시 중 한 곳인 영주에서 스마트 양식에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다. 수산생명의학을 전공한 김민수 대표가 세운 한국수산기술연구원(KOF)이다. 김 대표는 수산자원연구소와 해양자원연구소 등에서 근무하며 20년간 고민한 끝에 육지에서 새우를 양식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육지에 양식장을 지어 최대한 바닷물과 유사한 수질을 구현하고 수질 정화, 모니터링, 질병 예방 등 수산 양식의 각 단계를 첨단 기술을 도입해 관리한다. 이 같은 스마트 양식은 구체적인 데이터 및 인공지능(AI) 기술에 기반한 좀 더 정확한 첨단 양식 방법으로 양식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김 대표는 28일 “육상 양식은 바닷물의 해양오염에 노출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 영주에 첨단 새우 양식장 건립 추진
KOF는 영주를 살리기 위해 SK머티리얼즈가 유치한 소셜벤처들 중 한 곳이다. 소셜벤처란 이윤 추구와 동시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방점을 둔 기업이나 조직을 말한다. SK머티리얼즈는 자회사인 SK스페셜티(특수가스 제조·판매)의 공장이 있는 영주에서 ‘STAXX’라는 지역 활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주가 살아야 이곳에 기반을 둔 기업도 제대로 활동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고, 함께 성장해 나가기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일환이다.

영주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0만749명. 인구 수가 10만 명 아래로 떨어질 위험에 처한 상황이다. STAXX 프로젝트는 이 지역의 △경제 활성화 △외부 관광객 유치 △원도심 노후화 및 공동화 문제 해결 등을 목표로 10개의 소셜벤처를 발굴·육성한다.

마침 스마트 아쿠아팜을 세우기 적합한 장소를 물색하던 KOF는 영주를 택했다. 고속철도(KTX)가 있어 교통 이용이 용이한 데다 STAXX의 지원을 받으며 동시에 영주에도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KOF는 내년 완공을 목표로 영주에 양식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양식장이 생기면 인근의 풍기인삼 농가와 협업해 사료 원료를 조달받을 계획이다. 직원 10명은 영주로 이주해 근무한다. 작지만 인구 유입 효과도 창출하는 셈이다.

영주 농가들이 처음부터 양식장을 반겼던 건 아니다.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와 외지 사람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고 한다. 김 대표는 “직접 주변 농가 주민들을 찾아가 스마트 아쿠아팜의 안정성과 육지 양식이 영주 지역경제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 설득했다”며 “양식에서 발생하는 오염수가 바다에 유입될 우려도 없다”고 강조했다.

● 영주 지역 특화 주류 만드는 증류소
영주 전통시장인 중앙시장 안에 증류소 구축을 추진하는 소셜벤처도 있다. 영주만의 지역 특화 주류를 개발·판매하는 ‘리쿼스퀘어’는 증류소를 구축하고 이를 관광 자원화해 외지인들의 유입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리쿼스퀘어는 국내에서 큰 인기를 끈 ‘곰표밀맥주’를 만든 주류회사 창업자들이 모여 만든 기업이다.

지난달 말에는 증류소 개업에 맞춰 음악 축제인 ‘영주 어번 버스킹 페스티벌 2023’을 개최하기도 했다. 영주 시민 400여 명이 참여해 공연을 함께 즐겼다. 중앙시장 상인들도 적극 동참했다. 관람객은 입장권 대신 지역 상생펀드에 소액 투자했고, 이 자금은 회사가 중앙시장에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쓰일 예정이다.

STAXX 프로젝트에 선발된 소셜벤처 대부분이 지역 농가와 협업해 원가를 절감함으로써 지역과 상생하는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 ‘엘그라운드’는 지역의 농산물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개발, 운영해 농가 소득을 올려준다. ‘비네스트’는 영주 사과 등 잉여 농산물을 활용해 콤부차, 요거트 등 식음료 제품을 생산하고, ‘피키차일드컴퍼니’는 영주 한우를 활용한 요식업을 한다. 영주의 빈집을 양질의 주거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블랭크’도 있다.

SK그룹과 경북도, 영주시는 마케팅, 구매, 유통,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들을 지원한다. SK머티리얼즈는 50억 원을 기부해 조성한 ‘경북 청년애(愛)꿈 ESG펀드’로 이들의 성장을 돕는다. SK가 설립한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도 이들을 지원한다. 비네스트는 올해 행복나래가 실시한 상품 경쟁력 강화 사업을 통해 기존에 구상한 고칼로리의 발효맛 콤부차를 제로칼로리의 탄산음료 스타일로 개선했다. 또한 제품 이름과 디자인 등에서도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영주에서 캠핑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는 기업인 ‘백패커스플래닛’ 등은 경영 조언을 받기도 했다.

STAXX 프로젝트가 뜨면서 젊은 창업가들이 영주로 모이는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지역연계형 청년창업 지원사업(넥스트로컬)에서 영주는 창업가들이 선호한 10개 후보 도시 중 2위를 기록했다. 현재 넥스트로컬 4개 팀이 영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가 스타트업의 혁신적 아이디어로 지방소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주관한 ‘2023 BETTER里(리) 실증사업’ 도시로 영주가 선택되기도 했다. 이를 통해 공사에서 선발한 8개 스타트업이 영주에서 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