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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망한다면 골프탓… 창업자 회원권 먼저 팔아야”

입력 | 2023-11-30 03:00:00

김정호 총괄, 이틀째 공개 내부 비판
제주센터 건립 이견에 욕설 논란도
게시판엔 지지-비판 글 함께 올라
업계 “김범수에게 큰 권한 받았을 것”




올해 9월부터 카카오에 합류해 경영 체계 개편 작업을 주도하는 김정호 경영지원총괄(사진)이 이틀째 공개적으로 회사 내부의 문제점을 비판했다.

김 총괄이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따르면 9월 카카오에 처음 출근했을 때 회사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법인 골프 회원권을 조사해 정리해달라고 요구하자 김 총괄은 “먼저 브라이언(김범수 창업자) 법인 골프 회원권부터 내놓으시죠”라고 답했다.

김 총괄은 “카카오가 망한다면 ‘골프 때문일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 강력한 쇄신이 요구됐다”며 “파악해 보니 특정 부서에서 한 달에 12번씩 프로 수준으로 골프장을 나갔다”고 했다. 이어 “이후 2개월간 (회원권 매각을 놓고) 전쟁 수준의 갈등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하루 전에도 카카오에 합류한 배경과 회사 내부의 방만 경영 사례, 부실한 의사 결정 구조를 지적하는 페이스북 게시글 4개를 연달아 올렸다. 특히 실무 부서가 특정 업체에 건축·건설 사업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총괄은 구체적으로 카카오가 보유한 제주 본사 주변 12만5600㎡(약 3만8000평) 규모의 부지에 디지털 콘텐츠 제작센터를 구축하는 사업을 예로 들었다. 김 총괄의 28일 페이스북 글에 따르면 카카오의 실무 부서 측은 최대 800억 원 규모의 제작센터 구축 사업을 회사 내부 건축팀에 맡기자는 제안을 거부했다.

10여 분간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언쟁이 이어지자 김 총괄은 화를 내며 “담당 임원이 결재나 합의도 없이 주장하는데 모두 가만히 있는가”라며 욕설 섞인 말을 했다. 김 총괄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전 결재나 충분한 검토 없이 특정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라며 “회의 현장에서 3차례 사과했다”고 해명했다.

카카오는 김 총괄의 욕설 사실을 확인했고 구체적인 경위를 추가로 파악하고 있다. 카카오 사정을 잘 아는 정보기술(IT)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회의에 참여했던 카카오 실무 부서 임직원들은 회사에 “김 총괄의 페이스북 게시글 내용이 사실과 다른 부분도 있다”고 주장했다. 폐쇄형 서비스 블라인드의 카카오 게시판엔 김 총괄을 지지하는 글과 비판하는 글이 함께 올라오고 있다.

카카오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CA협의체’와 외부 감시기구인 ‘준법과 신뢰 위원회’에 동시에 참여한 김 총괄은 앞으로도 경영 체계 개편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김 총괄은 카카오 창업자 김 위원장이 2004년 네이버(옛 NHN) 공동대표직을 수행할 때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호흡을 맞췄다. 김 위원장은 김 총괄이 인사와 조직 관리에 전문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카카오에서 경영 체계 개편을 이끌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IT 업계 관계자는 “회사 총수와 만나 나눈 구체적인 이야기를 일반 임원이라면 공개적으로 올릴 수 있겠느냐”며 “김 총괄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큰 권한을 부여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28일에 이어 29일에도 김 총괄이 지적한 회사 내부 문제점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