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靑, 울산시장선거 개입”… 송철호-황운하 징역 3년, 백원우 2년

입력 | 2023-11-30 03:00:00

법원, 김기현 겨냥 하명수사 인정
기소 3년 10개월 만에야 1심 선고
황운하 의원 임기 다 채울 듯
檢 “조국-임종석 재수사 여부 검토”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재판에 넘겨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과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받았다. 송 전 시장의 경쟁 후보였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비위 정보를 황 의원에게 전달한 혐의로 기소된 백원우 전 대통령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대통령반부패비서관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이 지난 정부 청와대에서 김 대표를 겨냥한 ‘하명 수사’가 있었고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혐의를 모두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을 기소한 후 3년 10개월 만에야 1심 선고가 내려지면서 송 전 시장은 임기가 이미 끝났고, 황 의원도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

● “경찰·대통령비서실 기능 사적 이용”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3부(부장판사 김미경)는 29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에 대해 “경찰 조직과 대통령비서실의 공적 기능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사적으로 이용해 투표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려 한 선거 개입 행위는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다만 “증거 인멸이나 도망 우려는 없다”며 이들을 법정 구속하진 않았다.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은 2018년 지방선거에서 문 전 대통령의 30년 지기이자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송 전 시장을 당선시키기 위해 당시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김 대표에 대한 수사 청탁 부분을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이 (김 대표) 관련 정보를 수집한 후 황 의원에게 전달했고, 황 의원은 김 대표의 측근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황 의원이 김 대표를 수사할 수 있도록 청와대가 수집한 각종 비위 정보를 전달한 혐의를 받는 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2년, 박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각각 선고됐고 송 전 부시장에게도 징역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이진석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 등이 송 전 시장의 공공병원 설립 공약을 지원했다는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송 전 시장과 송 전 부시장도 공약 지원 혐의는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당 경선에서 송 전 시장이 후보가 되도록 한병도 민주당 의원(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경쟁 후보를 매수했다는 혐의도 재판부는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송 전 시장과 황 의원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만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김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배후 몸통을 찾아내 다시는 이런 헌정 파괴 행위가 생기지 않도록 발본색원해야 하는 일이 남은 과제”라고 했다.

● 1401일이나 걸린 1심 판결

송 전 시장 등은 2020년 1월 29일 불구속 기소됐지만 재판이 계속 지연되면서 1심 선고가 나올 때까지 1401일이나 걸렸다. 그사이 송 전 시장은 지난해 6월 퇴임했고, 황 의원도 대법원 확정 판결까진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여 내년 5월까지 임기를 모두 채울 것으로 보인다.

첫 재판장이었던 김미리 부장판사는 1년 넘게 공판준비기일만 6차례 열었고, 기소 1년 4개월 만인 2021년 5월에야 첫 공판을 열었다. 진보 성향 법관 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인 김 부장판사가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안에 대해 판결을 미룬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후 김 부장판사는 건강상의 문제를 호소하며 휴직을 신청했고 재판장이 교체된 뒤에야 재판이 속도를 냈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선 공직선거법의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직선거법은 부정한 방법으로 당선된 후보가 임기를 거의 채우는 걸 막기 위해 기소 후 6개월 내 1심 선고를 하도록 했다.

● 임종석 조국 재수사 여부 주목

법원이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선거 개입을 인정함에 따라 앞서 불기소 처분을 받았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등에 대한 재수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서울고검은 2021년 검찰이 기소하지 않은 임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이광철 전 대통령민정비서관에 대해 국민의힘이 항고한 사건을 검토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판결문과 공판 내용을 분석한 뒤 심도 있게 검토해 (재수사 여부를)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장하얀 기자 jwhite@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