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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 이재명, 위성정당 금지-유지 놓고 골머리

입력 | 2023-11-30 03:00:00

당내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
野, 반발 커지자 ‘선거제 의총’ 연기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냐. 현실의 엄혹함을 무시할 수 없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선거제는) 게임의 룰이다. ‘이것이 아니면 나쁜 것이다’, ‘선과 악이다’라고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민주당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 지도부가 2016년 총선 때까지 적용됐던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놨다. 당내에선 2020년 총선에서 도입돼 ‘꼼수’ 위성정당을 낳았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되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도부가 “아예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돌아가거나,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되 선거 승리를 위해선 꼼수 위성정당이라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내 갈등이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 의원은 29일 SBS 라디오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와 위성정당을 할 수밖에 없는 준연동제, 둘 중 하나에 대해서 양당이 합의하고 선택하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이 대표가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현실론’을 꺼내 들며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의) 이 폭주와 과거로의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한 연장선이라는 해석이다.

당 핵심 관계자는 “위성정당 방지법만으로 위성정당을 근절할 수 없다”며 “원내 1당 유지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굳이 먼저 위성정당 방지법을 당론으로 채택하거나 준연동형을 고집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했다.

당 안팎에선 비판이 이어졌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페이스북에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라는 극단적 생각은 민주당의 길이 아니다”라고 이 대표를 직격했다. ‘원칙과 상식’ 소속 비이재명(비명)계 김종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재명식 정치에 반대한다”고 썼다. 민주당은 심상치 않은 당내 반발을 의식해 애초 이날 열기로 했던 선거제 관련 의원총회를 하루 미뤘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는 대신 당 지도부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및 소수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 일부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비례 의석수를 보장해 주는 ‘캡’ 제도를 검토하고 있다. 지도부 의원은 “병립형을 주장하려면 일부 명분이라도 있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고려하는 소수 정당에 대한 의석수 보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예비후보 등록일인 다음 달 12일 전 여야가 합의를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