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극심한 경영난을 겪으며 운영 종료를 이틀 앞둔 상봉터미널의 모습. 1985년 9월2일 개장한 상봉터미널은 한때 이용객이 하루 평균 2만명을 넘어서는 등 서울 지역 내 주요 터미널로 자리를 잡았으나, 1990년 동서울터미널이 완공되면서 이용객 수가 점차 줄어 최근 하루 이용객이 20명 미만까지 감소했다. 2023.11.28. 뉴스1
30일 오전 10시 15분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대합실. 김현민씨(남·49·가명) 15분 후 출발 예정인 원주행 버스를 타기 위해 짐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
상봉터미널은 그에게 추억의 장소다. 군 생활을 경기도 가평에서 한 덕에 휴가를 나올 때마다 이곳에 들러야만 했다. 청년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타임머신 같은 곳이다. 김씨는 “가평군 현리에서 근무했는데, 그 시절에는 상봉터미널로 가는 버스밖에 없었다”며 “그때 이후 거의 30년 만에 찾게 된 거 같다”고 말했다.
터미널을 찾는 승객도 거의 없었다. 이날 운행 예정인 버스는 막차인 저녁 8시 버스를 포함해 4대. 모두 원주 방면이다. 41명 정원에 예약 승객이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10시30분 출발 예정인 버스는 10명이 예약을 했지만, 실제 승객은 4명에 불과했다.
30일 서울 상봉터미널 대합실 ⓒ News1
버스 기사 김모씨도 마지막 운행을 준비 중이었다. 그는 2015년부터 8년간 매일 원주시와 상봉터미널을 오갔다. 김씨는 “조금이 아니라 아주 아쉽다”며 “이용객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단골 승객은 계속 있었다”고 말했다.
상봉터미널은 지난 1985년 문을 열 때만 하더라도 서울 동북권 교통 허브 역할을 했다. 노선도 강원, 영남, 호남 등 다양했다. 하루 이용객이 2만명을 넘어설 정도였다.
상봉터미널 관계자는 “어느새인가부터 동서울터미널 버스 노선이 상봉터미널과 겹치게 됐다”며 “시민들 입장에선 굳이 상봉역까지 올 유인이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30일 오전 상봉터미널을 떠나는 원주행 버스의 모습ⓒ News1
인근 상인들도 상봉터미널을 떠나기 시작했다. 상봉터미널에는 터미널 외에 경륜장도 있었는데, 그 덕에 인근에 다수의 식당과 숙박업소가 들어서 있다. 터미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터미널 이용객도 많지만, 경륜장을 찾았다가 식사하러 오는 손님도 적지 않았다”며 “터미널이 폐쇄된다는 소식에 인근 상인들 걱정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상봉터미널은 내년 상반기 철거될 예정이다. 해당 부지에는 아파트 999세대, 오피스텔 308세대, 상업·문화시설 등으로 이뤄진 지상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