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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 상대로 소송 건 조합원 제지한다면[부동산 빨간펜]

입력 | 2023-11-30 17:00:00

조합원 소송, 정당한 권리행사
소송자 명단 공개 벌금형 가능성
위법 여부 꼼꼼하게 따져야
조합장 해임 위한 정보공개청구
제3자 제공 시 법 처벌 가능




이축복 기자

11월 29일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규정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지난해 9월 정부 발표 이후 1년 2개월만입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재건축 이후 인근 집값 상승분과 비용 등을 뺀 초과 이익이 3000만 원 이상이면 일정 비율에 따라 환수하던 것을 8000만 원으로 올려서 기준을 완화했습니다. 세율 부과 구간도 2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넓혔습니다.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따른 소유주 부담을 전반적으로 줄이는 것이죠.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부담금을 내는 재건축 단지가 111곳에서 67곳으로 축소됩니다.


국토위 법안소위를 통과한 법안이 향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공포 후 3개월 뒤 시행될 예정이다. 자료: 동아일보



이 내용만 보시면 재건축 사업이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라고 생각하기 쉬울 듯합니다. 하지만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고 했던가요.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내부 갈등도 만만치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조합장 또는 대의원 선출 과정에서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릴 때 조합원 간 법적 소송전도 불사하죠. 이번 부동산 빨간펜에서는 법무법인 조운의 도움을 받아 재건축 과정에서 벌어지기 쉬운 갈등 사례와 그에 대한 조언을 모아봤습니다.


Q. 특정 조합원이 조합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악의적인 목적으로 보이는데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을까요?


“가장 강력한 제재수단은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입니다. 국토교통부 표준 정관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 총회 의결을 통해 조합원을 제명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지 조합을 상대로 조합에 손해가 되는 소송을 제기했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조합원을 제명하는 것은 위법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소송 제기를 정당한 권리행사로 볼 여지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조합이 조합원을 위법하게 제명결의한 후 해당 조합원이 분양받아야 할 아파트를 일반분양한 경우 조합의 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소송 취하를 목적으로 조합 소식지 또는 홈페이지 등에 소송제기자 명단을 공개하는 경우도 있는데 주의해야 합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조합에 소송을 제기한 조합원들의 이름·주소가 기재된 소장 사본을 조합 홈페이지에 게재한 임원을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책임을 물어 벌금 7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조합 임원은 공판 과정에서 조합이 소송당사자가 된 소송의 서류를 공개할 의무가 있고 조합원의 알 권리를 위해 한 행동이라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현실적인 방안은 소송에서 이긴 후 패소한 조합원에게 조합이 지출한 소송비용을 물게 하는 것입니다. 패소한 조합원이 물어야 하는 소송비용은 법원의 결정을 통해 정해지는데 많게는 1000만 원 이상인 경우도 있어 의외로 실질적인 압박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Q. 조합장 해임을 목적으로 조합에 조합원 명부를 공개청구하는 것도 가능한가요?


“조합에서 가장 꺼리는 유형이겠네요. 서울시 기준에 따르면 전화번호 공개는 공익과 개인의 권리 구제를 위해 한정된다고 하지만 조합이 공익의 의미를 섣불리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정보공개청구에 불응할 경우 도시정비법상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져 임원직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독자께서 조합원이시라면 조합원 명부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료는 복사가 금지되고, 제3자에게 제공하거나 목적외로 사용할 경우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형사처벌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전임 조합장이 비정상적으로 임기를 종료해 보궐선거로 새로운 조합장을 뽑았습니다. 새로 뽑은 조합장 임기는 어떻게 되나요?


“보궐선임된 조합장의 임기에 관해서는 크게 2가지 시각이 있습니다. 전임자의 잔여임기 동안만 임기를 보장할지, 아니면 새로 선임된 조합장으로 대접해 전체 임기를 보장할지로 나뉘는 것이죠.

가장 중요한 것은 정관 규정입니다. 정관에서 따로 보궐선임된 임원의 임기를 정했다면 이에 따르면 됩니다. 정관에 특별한 규정이 없으면 보궐 선임 과정에서 전임자의 잔여임기만으로 임기를 제한하였다고 볼만한 이유가 있는지 살펴야 합니다. 임기 제한에 특별한 정황이 없다면 전체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기 만료로 인한 선임이나 보궐선임이나 모두 조합원 총회를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선출된 조합장의 정치적 정당성의 크기에는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Q. 총회에서 결의한 사안인데 반대측에서 이사회·대의원회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았다며 효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맞는 말인가요?


“대부분의 조합 정관은 총회를 개최할 경우 총회의 목적과 안건 등에 관해 미리 이사회 의결을 거치도록 합니다. 총회에 상정할 안건에 대한 사전심의를 대의원회나 이사회 사무로 규정하고 있죠.

그러나 총회 안건에 대한 사전심의 절차를 정하고 있는 정관을 위반했다고 해서 곧바로 총회가 무효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대다수 판례는 총회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이고 총회의 다수결은 모든 조합원을 구속하는 것으로 보는 반면 대의원회 및 이사회 심의·의결은 단체 내부의 의사결정으로 봅니다.

결론적으로 사전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은 것만으로는 총회 의결을 무효로 볼만한 중대한 하자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체 조합원들의 총회 참여 기회 △총회 및 대의원회 등과 이사회의 관계 △각 기관의 기능 및 역할과 성격 △총회 참석 조합원들의 결의 과정과 내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총회 효력을 무효로 할 만한 중대한 하자가 있어야만 무효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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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