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피화생 진행 관련 암 유발 유전자 26개 줄기세포 행동조절 'SOX9 돌연변이' 풍부
전 세계적으로 암 발생률 5위, 사망률 4위인 위암의 주요 위험인자인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되는 현상에 관여하는 유전자 변이가 규명됐다. 장상피화생이란 위의 상피세포에 염증이 생기면서 점막표면의 세포가 소장이나 대장 상피세포로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지속적인 염증 반응으로 위 점막 조직이 파괴되고 장 점막처럼 변형되는 ‘장상피화생’ 환자는 위암 위험이 6배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장상피화생의 발생 및 진행 기전이 알려진 바 없어 장상피화생으로 진단받는 경우 언제, 얼마나 심각한 위암으로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려워 환자와 의료진 모두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대병원·싱가포르국립대병원·듀크-싱가포르국립대의과대학(Patrick Tan 교수) 공동 연구팀은 1256개의 위 조직 샘플을 유전적으로 분석해 위암으로 진행하는 장상피화생 세포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암 진행 고위험군 선별 모델을 제시했다고 30일 발표했다.
특히 종양 관련 유전자 TP53 돌연변이는 상대적으로 흔치 않아 추후 위암 형성 중에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된 반면, 줄기세포 행동조절 유전자 ‘SOX9 돌연변이’는 장상피화생 조직에서 풍부하게 관찰됐다.
SOX9 돌연변이는 장내 줄기세포 클론(세포 집단)의 확장을 촉진할 수 있다. 실제로 장상피화생이 위암으로 진행됨에 따라 단계적으로 암 유발 유전자 돌연변이 개수가 증가하고 클론 크기는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세포 염기서열 분석 결과 장상피화생 장조직 내 일부 줄기세포 계통 클론은 초기 위암 세포와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위암 세포의 기원을 보여주는 이 결과는 장상피화생 세포가 주변 미생물군·미세환경과의 상호작용에 의해 쉽게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추가로 연구팀은 특이적인 장상피화생 형태를 발견했다. 위 주요 부위에서 발견됐음에도 형태가 위전정부(장과 인접한 위 하부)와 유사했고, 건강한 위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구강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 만성 염증 징후가 보였고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ARIDIA 유전자 돌연변이가 관찰되는 등 다른 장상피화생과 구분되는 비정상적 특징이 나타났다.
유전자 특성 및 임상 변수 결합 모델은 임상 변수만 활용한 모델에 비해 위험군을 더욱 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었다. 유전적 특성 및 임상 특성 결합 모델의 민감도와 특이도는 각각 88.2%, 87.6%로, 임상 특성만 활용한 모델(각각 70.6%, 68.3%)보다 정확도가 유의하게 높았다.
이 결과는 최고 위험군에 대한 감시나, 장상피화생이 암으로 진행하기 전 항염증제·항균제 치료로 클론을 조절할 수 있는 가능성 등 환자의 치료 결과를 개선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시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정현수 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유전자 프로파일링 기술이 장상피화생 환자군의 위험을 비교적 정확하게 계층화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며 “이 결과를 바탕으로 장상피화생 환자 중 위암 진행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구분해 각각에 서로 다른 검사 및 치료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싱가포르 공동연구팀이 진행한 역대 최대 규모의 장상피화생 유전자 분석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캔서 셀(Cancer Cell)’에 소개됐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