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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만에 문 닫은 상봉터미널…오늘밤 8시 마지막 버스

입력 | 2023-11-30 18:56:00

1985년 개장한 상봉터미널이 이용객 감소로 운영 적자가 커지며 30일 운영을 종료한다. 영업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의 모습. 2023.11.30. 뉴시스


“어렸을 때부터 추억이 깃든 장소인데 오늘 문을 닫는다길래 사진이라도 찍어두려고 왔어요.”

3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앞에서 만난 변재용 씨(47)는 휴대전화로 연신 사진을 찍으며 아쉬워했다. 변 씨는 “강원 춘천시 출신이라 서울에 정착한 후 버스 타고 고향을 오갈 때 주로 상봉터미널을 이용했다”고 했다. 이날 터미널은 오후 8시 출발 원주행 버스를 마지막으로 38년간의 영업을 끝냈다.

1985년 영업을 시작한 상봉터미널은 강원과 경기 북부 지역 노선을 중심으로 서울 북부권 주민의 발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서울 광진구 동서울터미널이 활성화되면서 점차 이용객이 줄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운영난에 시달리다가 결국 이날 문을 닫았다.

한때 하루 2만 명까지 이용할 때도 있었지만 터미널 측이 서울시에 제출한 폐업신청서에 따르면 올해 하루 평균 승객은 19명에 불과했다. 지난달의 경우 터미널의 총 수입이 80만 원가량에 불과했다고 한다.

1985년 개장한 상봉터미널이 이용객 감소로 운영 적자가 커지며 30일 운영을 종료한다. 영업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중랑구 상봉터미널 대합실의 모습. 2023.11.30. 뉴시스

영업 마지막 날이었던 이날 오후 2시경 터미널 내부엔 승객 3, 4명만 자리를 지켰다. 터미널 내 입점해 있던 상가 대여섯 곳도 모두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일부 상가는 이미 10년 전에 영업을 종료했다”고 했다. 곳곳에 터미널 폐업을 알리는 포스터만 을씨년스럽게 붙어 있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출발하는 원주행 버스를 타러 왔다는 이종대 씨(61)는 “예전에는 모든 버스가 만석이었는데 요즘엔 하루 몇 대밖에 안 다니는데도 승객이 10명도 안 될 때가 많아 각오는 하고 있었다”며 “부모님을 뵙기 위해 한 달에 3번은 찾아 버스를 타던 곳인데 없어진다니 아쉽다”고 했다.

상봉터미널 부지에는 49층 규모의 주상복합 건물이 새로 들어선다. 주상복합 건물 완공 전까진 당분간 임시 정류장을 설치해 이곳의 유일한 노선이었던 원주행 버스가 계속 운행된다고 한다. 다만 언제까지 운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국토교통부와 전국여객자동차터미널사업자협회에 따르면 상봉터미널 외에도 코로나19 여파와 지방 인구 감소 등의 원인으로 전국 버스 터미널 296곳 중 30곳이 최근 6년 동안 문을 닫았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터미널은 민간이 운영하지만 지방 주민과 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공공적 성격도 있다”며 “필수 시설인 만큼 지방자치단체나 국가가 지원해 줄폐업이 확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