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이나 재채기는 세균, 바이러스 등 병원체가 몸 안 호흡기도로 들어왔을 때 이를 밖으로 배출하려는 우리 몸의 반사적(불수의적) 방어기제다. 그런데 몸에 나쁜 이물질이 들어온 게 아닌데도 재채기나 기침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잠깐의 아침 찬 바람에도, 약간 매운 음식에도, 스치듯 지나간 담배 연기 등 일상적 상황에서도 발작적 기침을 일으킨다면 이는 기관지의 점막이 필요 이상으로 과민해진 탓이다. 코와 기관지의 점막은 기름기 있는 물인 점액으로 덮여 있는데, 이들은 바이러스나 세균 등 아주 유해한 병원체가 아닌 이상 웬만한 이물질은 밖으로 내보내지 않고 포착해서 중화시키거나 삼켜서 제거한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
숙종과 영조의 기침을 멈추게 한 자윤 처방은 바로 달콤 시원한 배였다. 배의 심을 제거하고 꿀을 넣어 쪄서 먹는 증리법과 배의 심을 빼고 백랍 가루 1돈을 넣어서 종이나 무명천에 싸서 구운 외리법을 사용했다. 배의 시원하고 서늘한 성질은 목의 염증을 삭이고 목과 기관지의 점액 분비 기능을 높여 점막을 촉촉하게 코팅하는 약효가 있다. 하지만 배는 찬 성질을 가진 만큼 설사가 잦은 사람은 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만성화된 기침에는 신수(腎水)를 끌어올릴 수 있는 육미지황탕이라는 한방 처방을 썼다. 먹는 물로 비교하면 배와 같은 음식물 처방이 지표수라면 신장에서 분비하는 신수는 지하수에 해당한다. 육미지황탕은 목구멍의 기름인 점액 분비를 활성화시켜 기도의 과민성을 진정시키는 효능을 발휘한다. 실제 영조 8년에는 “신수 부족 증상이 기침을 만성화할 염려가 있다”며 어의가 임금에게 육미지황탕 처방을 강권한 기록이 있다.
겨울철 중국 북경(베이징)의 거리를 배와 생강을 섞어 만든 사탕이나 조청 같은 고(膏)가 완전히 장악한 것도 미세먼지로 인한 ‘기침 지옥’을 이겨내기 위한 중국인들의 고육책임이 분명해 보인다.
이상곤 갑산한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