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금융권 전반에 상생금융 압박
목표 달성 못하면 신산업 등 불이익
고신용자보다 혜택 더 줘 금리역전
금융사 역차별 논란 벌어질수도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을 중심으로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의 대출 부담이 낮은 ‘금리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일부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융당국이 제시한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치를 뒤늦게 맞추기 위해 중저신용자 혜택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금융권 전반에 ‘상생금융’을 압박하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3분기(7∼9월) 말 중저신용자(KCB 기준 신용평점 하위 50%) 대출 비중은 각각 28.7%, 26.5%, 34.5%로 집계됐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3사에 제시한 각각의 목표치 30%, 32%, 44%에 모두 미치지 못했다. 중·저신용자를 위한 대출 공급 확대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주요한 설립 취지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 대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내년 신산업 진출에 제동을 거는 등 불이익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일부 중·저신용자에게 고신용자보다 더 낮은 금리로 신용대출을 내주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 중 목표치에 가장 가까운 카카오뱅크(―1.3%포인트)도 비슷한 방식의 신용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KCB 기준 신용점수 601∼650점에는 연 8.66% 금리로 대출을 내주지만 600점 이하에는 연 8.64%로 0.2%포인트 낮게 대출을 해준다. 다만 목표치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토스뱅크(―9.5%포인트)는 연체율 상승 등을 이유로 통상 금융권처럼 고신용자보다 중저신용자에게 더 높은 금리로 대출을 실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중·저신용자들이 대출 받을 곳이 줄어든 상황을 고려해 인터넷전문은행의 관련 대출 목표 비중을 내년에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언제까지 얼마나 관련 비중을 올리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이 장기화하면 금융사의 건전성을 해치고 역차별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에 중·저신용자들에 대한 짐을 떠넘기는 모양새”라면서 “금융당국의 재정 투입 등 역할을 좀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