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씨가 경기 성남시 분당구 황새울공원 축구장에 누운 채로 공을 차는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다. 남편과 아들을 따라 지난해부터 축구를 시작한 그는 매주 3회 축구를 하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건강도 챙기고 있다. 성남=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결혼하기 전부터 남편 따라 축구장을 다녔어요. 남편이 연예인 축구단 등 여러 팀과 경기를 했죠. 자연스럽게 축구를 좋아하게 됐고, 아들이 축구 하는 팀에서 어머니 축구 회원도 모집한다고 해 시작했죠. 완전 신세계였죠. 이젠 축구 없는 삶은 생각하지 못해요.”
양종구 기자
“보통 여자들은 축구를 잘 안 하잖아요. 필라테스나 요가, 수영 등 개인 스포츠를 주로 하죠. 그런데 11명이 한 팀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하니 완전 다른 세상인 겁니다. 일단 어울려 축구를 하다 보니 금방 친해져요. 그리고 팀플레이로 골을 만들어냈을 땐 정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에요. 체력도 좋아지고 삶에 활력소가 돼요. 이젠 축구 하는 날이 기다려져요.”
사실 발로 공을 다루는 게 쉽지 않았다. 드리블은 아직도 잘 안 된다. 그래도 공 차는 게 즐겁다. 이 씨는 “빨리 공을 더 잘 차고 싶은 마음에 혼자 혹은 회원들과 따로 시간을 내 축구 훈련을 하기도 했다. 남편, 아이와 주말에 놀 때 공을 차기도 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고 했다. 남편이 사업 때문에 바빠 공 잘 차는 남편 친구에게 개인 레슨을 받기도 했다. 스마트폰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축구의 기본 기술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보며 연습하기도 했다. 그는 “올여름 발목을 다쳐 좀 쉰 적이 있었는데 몸이 근질근질해 힘들었다. 몸이 아픈데도 축구장에 나간다. 도대체 나도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축구가 너무 재밌어서 끊을 수가 없다”고 했다.
SFA 어머니 축구단은 신생 팀이라 아직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함께 부대끼며 골을 넣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좋다. 그는 “지고 있어도 함께 ‘으쌰으쌰’ 하며 똘똘 뭉치는 모습이 너무 좋다. ‘이것도 경험이다.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며 서로 격려하는 분위기도 좋다”고 했다. 이 씨는 지난달 18일 열린 성남 FC 위민스컵에 축구학개론 심화반으로 출전했다. 축구학개론 심화반은 디비전1에서 준우승했다. 학창 시절 계주 멤버로 뛸 정도로 달리기에는 자신이 있어 팀에선 오른쪽 날개 공격수를 맡고 있다.
이 씨는 SFA에서는 메시의 10번을, 성남 FC 축구학개론에선 한국 축구대표팀 이강인의 19번을 달고 뛴다. 그는 “제가 메시와 이강인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라운드에서 뛸 때는 가끔 메시와 이강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그게 축구의 묘미”라며 웃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