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 사진)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에게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김 대표는 두 시간 만에 거절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뉴스1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친윤 의원들의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안건을 어제 공식 의결했다. 인요한 위원장이 주장해 왔던 이른바 ‘희생’ 혁신안이다. 인 위원장은 혁신안 관철을 위해 자신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도 했다. 이에 김기현 대표는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갖고 활동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공관위원장 제안은 뜬금없다는 것이다. ‘중진 희생’에 대해서도 당 지도부는 총선이 아직 넉 달 넘게 남은 상황에서 혁신위의 요구가 지나치게 급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가 인 위원장의 ‘최후통첩’성 요구에 즉각 선을 그으면서 24일까지 활동 기한이던 혁신위는 이제 조기 종료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혁신위가 내놓은 여러 공천 관련 제안들도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잦아들 공산이 커졌다. 국민의힘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환골탈태를 천명하며 혁신위를 출범시켰지만 한 달여 만에 별 성과 없이 원점으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이는 인요한 혁신위의 예정된 운명인지도 모른다. 김 대표는 보선 직후 당 안팎의 비대위 전환 요구를 혁신위 카드로 넘어서려 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주겠다”고 한 것은 레토릭에 불과했다. 혁신위가 김 대표 등 영남 중진과 친윤의 불출마, 험지 출마 등 희생을 요구하고 나서자 ‘월권’이라며 방어벽을 친 것이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관광버스 92대에 지지자 4200여 명을 동원한 세 과시로 혁신위 요구에 맞섰고, 김 대표도 지역구 수성 의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