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희생안 의결 자리서 돌발 요구 비대위도 거론 “한동훈에 역할 주문” 金, 제안 2시간만에 “부적절” 거절… 인 “혁신안 받으면 요청이유 없어” 당내 “金퇴진 노린 논개작전” 관측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 사진)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로 출근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도 같은 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김 대표에게 “저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달라”고 했지만 김 대표는 두 시간 만에 거절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뉴스1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30일 “혁신위에 전권을 준다는 공언이 허언이 아니면 나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천해 달라”고 요구했다. 김기현 대표 측이 당 지도부 및 중진, 대통령과 가까운 분(친윤 핵심)의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희생’ 혁신안 논의가 공관위 의결 사안이라며 무대응으로 이어가자 인 위원장 본인이 공관위원장이 돼 김 대표 등의 용퇴를 실현시키겠다고 압박 수위를 높인 것. 이에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제안 2시간 만에 “그동안 혁신위가 인 위원장이 공관위원장이 되기 위한 목표를 가지고 활동했느냐”며 단칼에 거절하면서 혁신위를 둘러싼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 기자회견에서 ‘희생’ 혁신안 의결 사실을 알리며 “나부터 먼저 희생하며 당 지도부에 제안한다. 이번 총선에 서대문 지역구를 비롯한 일체의 선출직 출마를 포기하겠다”며 공관위원장 추천을 요구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의 특징은 제로섬이다. 백 점 아니면 빵점”이라며 “혁신위 제안을 공관위로 넘기겠다는 일반적 답변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고도 했다. 답변 시한은 4일 월요일까지로 잡았다.
인 위원장은 공관위원장 요구를 사전에 혁신위원들과 공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혁신위 회의에서는 희생 안건에 집중하기 위해 혁신위 조기 종료와 대통령실에 쓴소리하는 당정 관계 재정립 등에 대한 논의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에선 인 위원장이 4일 혁신위원장직을 내려놓을 것을 각오하고 최후통첩을 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한 여당 중진 의원은 “김 대표가 거절할 수밖에 없는 제안을 하고 ‘전권을 준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퇴진하는 그림을 그린 것 아니냐”며 “인 위원장이 물러나면 김 대표도 거취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대표는 인 위원장의 제안을 일축했다. 김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 상황이 매우 엄중한데 공관위원장 자리를 가지고서 논란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또 “일이라고 하는 게 순서가 있고 절차가 있는 것”이라며 “이 시점에서 뭐 공관위원장 누구를 하자 말자 그게 논의할 게 되느냐”고 했다. 김 대표 측은 통제가 가능한 공관위원장 인선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가 공개 반박하자 인 위원장은 이날 공지문을 보내 “혁신안이 받아들여진다면 공관위원장을 요청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당 지도부가 희생 혁신안을 받아들이든지, 공천 혁신을 인 위원장 본인이 완수할 수 있게 하든지 택일하라고 재차 압박했다.
조권형 기자 buz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