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지난달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거부권)이 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거부권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하면 바로 시행된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4월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5월 간호법 제정안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가 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의결에 앞서 모두발언을 통해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개정안과 관련해 국회에서 재논의가 필요할지 국무위원들과 함께 심의해 그 결과를 대통령께 건의 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동안 정부는 개정안에 대한 문제점을 여러 차례 설명 드렸지만 충분한 논의 없이 국회에서 통과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개정안이 국회에서 처리된 이후 정부는 개정안이 우리 국민과 국가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숙고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편견없이 경청했고 정부의 책임, 역할을 거듭 심사했다. 저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마지막까지 신중을 거듭했고, 오늘 임시 국무회의를 개최해 두 개정안에 대해 심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 개정안에 대해 “현장의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국민 불편과 국가 경제에 막대한 어려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한 총리는 “노동조합법의 목적은 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해 근로자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고 노동관계를 공정하게 조정해 노동쟁의를 예방, 해결하며 산업 평화를 유지하고 국민 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에 있다”며 “그런데 이번 개정안은 교섭 당사자와 파업 대상을 무리하게 확대하고 민사상 손해배상 원칙에 예외를 둠으로써 건강한 노사관계를 저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선 단체교섭의 당사자인 사용자를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는 모호한 개념으로 확대해 해석을 둘러싸고 현장에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또한 불명확한 개념으로 인해 헌법상 죄형법정주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할 소지도 있다”고 했다.
아울러 한 총리는 “(개정안에 따라) 노동쟁의대상이 크게 확대되며 사법적인 절차, 공식적인 중재 기구 등을 통해 해결해오던 사항까지도 모두 파업을 통해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가능해지게 됐다”며 “이렇게 되면 노동조합이 어떤 사항이건 대화, 타협보다 실력행사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또 “다수의 불법 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은 공동으로 연대해서 져야하는 것이 민법상 대원칙”이라며 “노동조합에 대해서도 동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이 그간 대법원의 일관된 입장. 그러나 개정안은 유독 노동조합에만 민법상 손해배상책임 원칙 예외를 두는 특혜를 준다. 이는 기업이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손해를 입어도 상응하는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들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개정안은 공영방송의 미래지향적 역할 정립보다는 지배구조 변경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다”며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개정의 목적이라 하지만 내용을 보면 오히려 이와 반대의 경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이어 “견제와 감독을 받는 이해당사자에게 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이사회의 기능이 형해화될 위험도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 총리는 이날 발언을 마무리하며 민주당이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이정섭, 손준성 검사 탄핵소추안 강행 처리 수순에 들어간 것에 대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의 뜻을 대변해야하는 국회에서 국가 중대사가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상황에 대해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그 무엇보다도 민생법안과 내년도 예산안이 우선하여 처리되어야 한다. 오로지 민생, 경제를 위해 합심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예지 동아닷컴 기자 leey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