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백악관 타원 잔디 광장 ‘엘립스’에서 내셔널 크리스마스트리에 점등한 후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옆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3.12.01. 워싱턴=AP/뉴시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2023.11.30/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별세한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에 대해 “그는 나와 자주 이견이 있었지만 그의 맹렬한 지성과 전략적 초점은 분명했다”고 애도를 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키신저 전 장관 작고 하루 뒤인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키신저 박사를 처음 만났을 때를 잊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 백악관이 키신저 전 장관 같은 주요 인사 부고가 알려진 당일이 아닌 이튿날 애도 성명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키신저 전 장관이 미중 관계 개선 및 소련과의 데탕트(긴장 완화)에 기여했지만 강대국 중심 현실주의 외교에 집중해 그에 따른 약소국 ‘비극’에 눈감았다는 진보 진영 비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당시(처음 만났을 때) 나는 젊은 상원의원이었고 그는 국무장관으로서 세계 정세를 브리핑했다”며 “경력 전반에 걸쳐 우리는 자주 의견이 맞지 않았고 강한 이견도 자주 있었다”고 회고했다. 1969년 공화당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해 본격적으로 외교 무대에 나선 키신저 전 장관은 이어서 같은 당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 1975년까지 국가안보보좌관, 1977년까지 국무장관을 지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으로 1973년 1월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에 당선되며 중앙 정계에 입문했다.
백악관의 하루 늦은 애도 성명에 대해 미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바이든 대통령 성명은 키신저 전 장관 공적을 칭송한 공화당 의원들 성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았다”며 “특히 1970년 미국의 캄보디아 폭격 등을 승인한 키신저 전 장관 역할은 비판 대상이 돼 왔다”고 전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