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극 킹조지섬의 야생 턱끈펭귄이 새끼를 품고 있는 모습. 남극=AP/뉴시스
남극에 사는 턱끈펭귄은 번식기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 하루에 평균 4초씩 1만 번의 쪽잠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다. 턱큰펭귄은 이 같은 미세수면(microsleep) 방식으로 매일 11시간 이상을 잔다.
1일 극지연구소(KOPRI) 이원영 박사와 프랑스 리옹 신경과학 연구센터 폴-앙투안 리브렐 박사팀은 과학 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남극세종기지에서 턱끈펭귄의 번식기 수면 패턴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남극 킹조지섬에 있는 턱끈펭귄 14마리의 몸에 뇌파(EEG) 측정기, 가속도계, GPS, 잠수기록계 등이 든 장치를 부착한 다음 2주 후 장치를 회수해 분석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원영 박사는 “사람은 깊은 잠을 의미하는 ‘느린 뇌파 수면’(서파수면)에 접어드는 데 오래 걸리지만 턱끈펭귄은 단 몇 초의 미세수면에서도 순식간에 서파수면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펭귄이 알을 품으며 엎드려서 잠자는 모습과 그때 나타나는 뇌파를 함께 표현한 영상. 눈을 감았다 떴다 하면서 뇌 양쪽이 동시에 잠들기도 하고 번갈아 가며 잠들기도 한다. 이원영 박사 X(옛 트위터)
턱끈펭귄은 미세수면을 하기 때문에 항상 깨어있는 것처럼 둥지에서 새끼의 안전을 살필 수 있다. 암수가 2주마다 교대로 알을 품는데, 둥지를 지킬 때 굶을 것을 대비해 그 전에 바다로 나가 밤낮없이 크릴새우로 배를 채운다. 이렇게 상대방이 바다에서 먹이 사냥을 할 때 홀로 둥지에 남은 턱끈펭귄은 포식자 새와 다른 펭귄으로부터 새끼를 지켜야 하기에 미세수면을 취한다.
연구팀은 턱끈펭귄이 번식에 성공을 거두는 점을 토대로, 미세수면의 이점이 점진적으로 축적돼 장시간 수면의 이점 중 일부는 충족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 대학 신경과학자 키아라 시델리 박사는 턱끈펭귄의 쪽잠이 더 깊은 잠을 자지 못해 일어나는 시도일 수 있다며 더 편안한 환경에 있는 펭귄의 수면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