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12.01.뉴시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일 국회 본회의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물러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내년 4월 총선을 4개월 앞두고 탄핵안 통과 시 헌법재판소가 심리하는 최장 6개월간 ‘방통위 업무 마비’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탄핵 처리가 불발되자 이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놓고 “정치적 꼼수”, “뺑소니 사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여야 극한 대치로 치달았던 이 위원장 탄핵 정국이 1일 자진 사퇴로 한 달 만에 마무리됐지만 차기 방통위원장 인선을 두고 재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지난달 9일 이 위원장 탄핵을 처음 시도했다가 무산된 데 이어 2차례 시도가 모두 불발됐다.
● 방통위 마비 우려에 사퇴 전격 결정
이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전날인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 탄핵안이 보고된 후 결정됐다. 여권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이 위원장이 먼저 물러나기보다는 “야당으로부터 탄핵을 당해 거야의 폭거를 보여주는” 방안에 무게를 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 자리를 5, 6개월 동안 비워두는 건 도저히 견디지 못할 일”이라며 “사표를 내겠다”고 윤 대통령에게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도 이에 따라 고심 끝에 이 위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고 한다.
이동관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경기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발표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탄핵으로 인한 방통위 기능 정지 사태를 막기 위해 전날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이 전 위원장을 임명 3개월 만에 면직했다. 2023.12.1/뉴스1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사표 수리를 두고 “YTN과 연합뉴스TV 최대 주주 변경 승인 처리 건으로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여권 고위관계자는 “경질이 아니라 이 위원장 본인의 결심이 크게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 민주 “제2, 3의 이동관도 모두 탄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2.1/뉴스1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성명을 통해 “이 위원장은 이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라며 “만약 윤 대통령이 이동관의 사의를 수리한다면 범죄 혐의자를 도피시켜주는 것과 마찬가지이고 뺑소니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3시간 전 윤 대통령이 이 위원장 사표를 수리하자 이번에는 이를 ‘민주당의 성과’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본회의 전 열린 윤 대통령 규탄대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은 이 위원장의 사의를 수용하는 것이 아닌 파면을 했어야 옳다”면서도 “결국 많은 이들의 힘으로 이동관을 끌어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이 위원장이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것도 한참 전부터 원내와 논의했다”며 “앞으로도 유능한 야당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했다.
● 법조계 “수사 여부 상관없이 퇴직 가능”
공수처 특별수사본부는 올해 9월 전국언론노조는 이 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수사중이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국가공무원법상 퇴직 제한 규정을 적용 받지 않는 정무직 공무원이기 때문에 고발·수사 여부와 상관없이 퇴직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견해다.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때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던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의 사표가 수리되기도 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허동준 기자 hung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