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 출간 명작에 투자 아끼지 않은 이 회장 수집품 69점 선정해 상세히 다뤄 ◇이종선 관장이 말하는 이건희 컬렉션/이종선 지음/384쪽·3만3800원·김영사
고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은 ‘좋은 물건’을 우선으로 구매하고 전문가의 확인만 있으면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특급 작품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지론으로 컬렉션을 구성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컬렉션 중 1만1023건, 2만3000여 점이 2021년 정부에 기증됐다.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며 전국적인 관심을 모은 미술품들에 관해 20여 년간 삼성문화재단에서 근무한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이 쓴 책이다. 이 전 부관장은 1976년 호암미술관 설립 및 개관 운영을 위해 채용돼 전문연구원, 학예연구실장을 거쳐 부관장을 지냈다.
책은 크게 세 가지 부분, ‘이건희의 수집과 기증’ ‘이건희 수집품 명품 산책’ ‘이건희미술관의 건립과 개관 이후’로 나뉜다. 첫 부분에서는 저자가 호암미술관에 근무하며 지켜본 이건희·이병철의 예술품 수집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분량은 많지 않다. 삼성가의 미술품 수집에 관한 내용은 저자의 전작인 ‘리 컬렉션’에 더 자세히 담겨 있다.
여기에는 추사의 글씨를 이건희 회장 집무실에 걸어놓았다 이우환의 조언으로 치웠다는 등 일부 에피소드가 등장하지만, 작품 수집 과정이나 뒷이야기보다는 작품 자체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따라서 수집가로서 이건희의 면면보다는, 컬렉션 자체를 알고 싶은 독자에게 더 알맞은 책이다. 책 끝에는 삼성 일가가 수집한 국보·보물 목록도 정리돼 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