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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철 탈출 첫걸음은 정확한 혼잡도 공개 [기자의 눈/이상환]

입력 | 2023-12-02 01:40:00

이상환·사회부


“매일 지옥철 때문에 숨쉬기 힘든 날이 반복됩니다.” 직장인 이모 씨(29)는 서울 강서구 마곡나루역에서 9호선을 타고 신논현역에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 강남구 강남역에서 내린다. 회사까지는 약 1시간이 걸리다. 그는 “혼잡한 열차를 타고 출근하면 이미 녹초가 된 다음”이라며 “시간이 더 걸려도 인파에 덜 치이는 루트가 있으면 택하고 싶다”고 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약 1500만 건의 빅데이터를 활용해 출퇴근 시간과 혼잡도를 체감비용으로 환산한 ‘출퇴근 계산기’를 개발했다. 혼잡도까지 반영해 체감비용을 산출한 건 처음인데, 이는 김포골드라인에서 볼 수 있듯이 혼잡도가 삶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계산기에 따르면 경기 김포시에서 서울 강남구로 출근하는 경우 혼잡도에 따라 추가로 지출하는 체감비용이 연 576만 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혼잡도를 파악하고 대체 루트를 택하긴 쉽지 않다. 서울교통공사 애플리케이션(앱)은 1∼8호선의 실시간 혼잡도를 제공하지만 운영사가 다르다며 혼잡도가 안 나오는 열차도 적지 않다. 혼잡도 측정 방식도 제각각이어서 부정확할 때가 상당수다. 9호선, 신분당선, 경의중앙선 등은 실시간 혼잡도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최근 역사와 열차 혼잡도를 인공지능(AI) 등으로 분석해 실시간 공시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이제 연구용역 단계다.

출퇴근 계산기를 다룬 기사는 이틀 동안 약 90만 명이 봤고 약 20만 명은 직접 계산기를 이용해 자신의 비용을 산출했다. 이는 직장인 상당수가 자신의 출근길에 문제의식을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하루빨리 대중교통 혼잡도 실시간 공개 시스템을 구축하고, 혼잡도를 개선할 대책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